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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원 포인트’ 개헌, 대선 전 가능하다

입력
2017.01.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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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앞 다퉈 개헌을 제안하는 가운데 마침내 36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개헌특위가 발족하였다. 1987년 민주화운동이 ‘직선제 개헌’을 이뤘다면 30년이 지난 지금은 촛불시민혁명이 새로운 헌정체제를 주도하고 있다. 개헌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국회 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07년 1월 권력구조만을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이후 얼마 전 신년 여론조사까지 수없이 반복해 확인하였다. 또한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개헌을 거부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대통령의 영향력이 배제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4당이 국민지지를 얻고자 경쟁하는 지금이 국회가 주도할 수 있는 개헌의 최고 적기라고 생각된다.

개헌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쟁점은 개헌의 시기인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그 이전에 끝내도록 서둘러야 한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개헌의 내용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토론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정치권의 결단뿐이다. 2009년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오랜 연구 끝에 2개의 대안인 프랑스 방식의 이원정부제와 미국식 4년 중임제를 제안하였다. 대선 이전에 제1단계로 원 포인트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하고, 대선 이후에는 제2단계로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수렴해 국민기본권, 지방분권, 선거제도 등 보다 폭넓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개헌을 검토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물리적 시간을 이유로 ‘선 개혁 후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대권에 눈이 먼 정략적인 모습이다. 대선에 임박한 시기에는 정당 간, 정치세력 간 합종연횡을 통한 정계개편이 나타날 것이고 새로운 정부의 집권 초기에는 시급한 서민경제 회복과 복지정책에 개헌 이슈가 밀려 차후로 미뤄질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다. 당장의 이익에 매몰되어 자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정치체제라는 현실을 망각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권력구조 개편의 방점은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에 두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대통령제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와 선거제도로 인해 권한은 엄청나지만 야당 및 국회와의 협치는 절대 불가능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권력 분산의 핵심은 ‘책임의 공유’에 있다. 야당에게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나눠 갖는 협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누가 야당이 되던 발목잡기에만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리에게 실질적인 내치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정부제’와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과 행정부의 법안제출권을 폐지하고 부통령과 권한을 나눠 갖는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를 고민해야 하는 역사적 시점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0년에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한다. 선거주기 일치는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을 한 정당이 장악한 단점정부가 협치에 용이하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인데 우리의 단점정부에서는 식물국회와 정국교착이 지속되었다. 또한 한 정당에 의한 단점정부는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의 방향성과 모순이 된다.

개헌은 미룰수록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다행히 대다수의 대권 후보들이 차기 정부에 개헌의 내용을 적용하고 임기 단축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혁을 지향하는 다양한 정파가 제3지대에 모여,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연결고리로 정계개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0년간 지속된 승자독식의 배제와 분열의 정치를 종식시킬 절호의 기회다. 기득권에 안주한 기성정치를 타파하고 새로운 헌정체제를 여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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