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 있는 지인에게서 들은 듯, 조응천·공직기강비서관실 "미행 무관"
대통령 부담 우려해 일단 봉합 후 정윤회 견제 최후카드 남겼을 소지
정윤회(59)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 관련 검찰 수사에서 정씨의 ‘박지만 미행설’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15일 박지만(56) EG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씨 측이 날 미행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검찰 역시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이 부분은 이번 수사의 본류가 아니었다. 핵심 수사대상은 어디까지나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확인 및 관련 보도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 ▦해당 문건의 외부 유출 경위였다. 그런데 문건의 진위 판단이 결국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씨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 간 ‘파워 게임’의 실체 규명으로 이어지다 보니 미행설 수사와 정윤회 문건 수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사저널 보도는 ‘지난해 말 박 회장이 오토바이를 탄 남성으로부터 미행을 당했고, 그를 붙잡아 ‘정씨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술서를 받아냈다’로 요약된다. 그러나 박 회장은 검찰에서 “오토바이 미행자, 자술서 확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자신이 직접 미행 현장을 적발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정씨가 강력히 부인하고 물증이 없는데도 박 회장이 여전히 정씨 측에 의한 미행이 있었다고 의심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박 회장은 미행설의 출처로 ‘지인’을 지목했다. 그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사석에서 여러 차례 정씨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인사한테 들었기에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으로 추론된다. 이날 한 언론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박 회장한테 미행설을 보고한 당사자라고 보도했으나, 조 전 비서관은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오보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일각에선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미행의 주체였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박 회장이 ‘오해’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박 회장 내외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차단하는 역할이 주된 임무였고, 우리 쪽에서 미행한 사실은 절대로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에서는 “자술서는 없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자술서를 제출하지 않고 미행설의 출처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사실로 미루어,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에 끼칠 부담을 우려해 이 정도로 사건을 봉합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 시점에서 박 회장이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해 버리면 사실상 정씨 측과 ‘전면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고, 이는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씨 측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자술서를 남겨두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박 회장은 이번 검찰 소환이 사실상 자신에 대한 망신주기라고 생각하고 청와대와 검찰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검찰 수사에 100% 협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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