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부터 발간되기 시작한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안내서이다. 파리, 뉴욕, 도쿄 등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도시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서울편도 발간된다고 한다.
이 책은 본래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에서 무료로 나눠 주던 것이었다. 자동차 여행자들에게 주유소의 위치나 근처의 식당, 숙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책자가 지금의 맛집 안내서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왜 ‘미쉐린’사에서 만든 책 이름이 ‘미슐랭’ 가이드일까. 이것은 프랑스어 이름인 Michelin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의 혼란에서 비롯됐다. Michelin은 이 회사 창업자의 성으로, 프랑스어 표기법에 따라 ‘미슐랭’으로 적는다. 그러면 ‘미쉐린’은 이 이름의 영어식 표기일까? 그렇지 않다. 영어 발음에 따른 외래어 표기는 ‘미셸린’이라고 써야 한다. ‘미쉐린’은 이 회사가 우리나라에 법인을 설립할 때 등록한 한글 이름이다. 고유명사이기에 표기법에 맞지 않지만 공식 표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은 1980년대에 ‘미슐랭’이라는 책 이름으로 처음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이후 1990년대 초에 타이어 회사가 ‘미쉐린’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두 이름이 너무 달라 서로 관계가 있으리라고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10여 년 전 신문에는 ‘미쉐린의 총수인 프랑수아 미슐랭’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기도 하다. 사실 알고 보면 ‘미슐랭’이라는 사람 이름을 따서 만든 ‘미쉐린’사에서 ‘미슐랭’이란 책을 내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미슐랭’으로 통일해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한 외국어 이름에 대응하는 두 가지 다른 한글 표기, ‘미슐랭’과 ‘미쉐린’은 그 말이 우리 사회에 소개될 당시의 맥락과 역사성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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