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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新실손보험의 초라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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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新실손보험의 초라한 성적표

입력
2017.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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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전체 가입자 3300만명중

출시 후 4개월간 882명 그쳐

보험업계, 금융위 관치 비판

기본형 가입 시 25% 싸지만

특약 늘리면 자기부담금 증가

실손의료보험 가입 현황/2017-09-06(한국일보)
실손의료보험 가입 현황/2017-09-06(한국일보)

직장인 권모(34)씨는 3년 전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을 정부가 내놓은 신(新)실손보험으로 옮기려고 최근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이내 그만 뒀다. 권씨는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다달이 내야 할 보험료는 3,000원 가량 싸지지만 오히려 자기 부담 금액은 늘어나는 구조였다”며 “기존 혜택을 포기할 만큼 보험료 인하 폭이 크지 않아 갈아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야심차게 선보인 신실손의료보험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정부는 당초 신실손보험의 보험료가 기존 실손보험보다 25%가량 싼 만큼 새 상품으로 갈아타는 가입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6일 본보가 손해보험사 상위 5곳(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을 상대로 신실손보험이 출시된 4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가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상품에서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탄 이는 고작 882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가 3,300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전환 실적이 0.002% 수준에 그친 셈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새 상품의 시장 수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통계가 전환 실적인데 사실 통계를 집계하기 민망할 만큼 수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국은 업계가 상품 설명에 적극적이지 않은 탓이라고 하지만 가입자가 느끼기에 상품 매력이 없는 게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신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낮춘 대신 보장구조를 기존 포괄식에서 ‘기본형+특약구조’로 바꾼 게 특징이다. 가입자가 도수치료(손으로 눌러주는 치료)처럼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반복적으로 받는 걸 막기 위해 값비싼 치료는 3가지 특약으로 분리했다. 대신 정부는 특약 가입자의 의료쇼핑을 막겠다며 자기부담비율을 기존 10~20%에서 30%로 올렸다. 가입자가 입원, 약값 등을 보장하는 기본형에만 가입하면 보험료를 25% 낮출 수 있지만 특약을 늘릴수록 자기부담금은 늘어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실장은 “실손보험은 기존에도 보험료가 1만~2만원이어서 25%를 인하해도 몇 천원밖에 차이가 안나 보험료 체감도가 낮다”며 “이미 실손 가입자가 3,300만명에 달해 신규 가입을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4개월간 신실손보험에 신규로 가입한 건수는 39만1,454건이다. 전환 수요 없이 신규 가입에만 의존하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과잉 의료쇼핑을 막겠다는 정부의 당초 도입 취지는 어그러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전환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상품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실손보험 추가 인하와 함께 고령자나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실손보험 도입까지 예고했다. 업계는 금융위의 관치가 도를 넘어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신실손보험이 사실상 실패한 상황인데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고령자와 은퇴자 전용 실손보험까지 내놓으라고 또 다시 압박하는 것은 횡포”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시장과는 소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여주기식 상품 출시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의 의견을 잘 수렴해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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