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황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엄습했다. 전국 모든 지역의 대기질이 이틀 연속 건강한 성인도 실외활동을 피해야 할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어제 오전 충남의 미세먼지 농도는 1㎥당 309㎍(마이크로그램ㆍ1㎍은 100만분의 1g), 순간 최고치는 454㎍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간 수도권도 ‘매우 나쁨’ 기준치(151㎍)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나들이 철인데도 야외활동을 취소한 사람이 많아 한강공원 등이 썰렁했다. 대형마트에서는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증했고 병ㆍ의원은 호흡기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자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은 물론,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만성질환자의 폐와 심장에 침투해 서서히 건강을 망가뜨리는 탓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수도권에서만 연간 2만 명이 조기 사망하며 80만 명의 폐 질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연간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더욱 두려운 것은 미세먼지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마다 그 농도를 더하고 있어 국민 불안이 커지는 실정이다. 지난달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150㎍) 수준을 기록한 날은 8일이었다. 이에 근접한 수준까지 감안하면 거의 한 달의 절반 가량 미세먼지를 마시고 산 셈이다. 이달에는 황사 유입이 겹쳐 대기 환경이 연일 최악을 넘나들고 있다.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중국의 월경성 오염물질 영향을 30~50%로 추정한다. 서풍이 불면 한반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5% 상승한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 산업단지 가동과 자동차 배기가스, 주거용 연료 등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경유차 등 자동차 배기가스는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힌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국내 미세먼지 발생 억제와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당장 국내 자동차와 산업단지의 오염배출기준을 강화하고 매연 차량 및 공장부터 단속해야 한다. 경유차의 도심 진입제한과 차량 2부제 등 강력한 대책도 검토할 때가 됐다. 2005년 565만 대에서 지난해 862만 대로 급증한 경유차도 줄여나가야 한다. 중국 정부에도 통합 대기환경관리체계 구축 등 공동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국민에게 마스크나 쓰고 살라는 것은 너무 야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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