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함께한 ‘타운홀 미팅’ 방식
“두 후보 서로 칭찬해보라” 주문에
트럼프 “클린턴은 포기 않는 사람”
클린턴 “트럼프 자녀들 능력 있다”
9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 마련된 2차 대선후보 토론장은 마치 두 개의 시공간이 존재하는 듯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전략 차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는 틈틈이 클린턴을 응시하며 공세를 퍼부은 반면, 클린턴은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며 자신의 공약을 어필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토론 무대의 양쪽 끝에서 중앙으로 입장해 형식적인 악수나 인사도 없이 냉랭한 분위기 속 난타전에 돌입했다. 이른바 ‘전투복’이라 불리는 군청색 계열의 바지 정장을 입은 클린턴은 환한 미소로 관중에 인사를 건넸다. 트럼프는 강렬한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음담패설 논란을 의식한 듯 다소 굳은 표정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이날 토론은 1차 토론과 달리 갤럽이 선정한 부동층 유권자들이 후보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돼 색다른 장면들을 연출했다. 특히 각 후보와 시민 패널 간 거리가 서너 걸음 정도로 짧았던 가운데 두 후보의 시선과 태도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는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클린턴의 정치 경력을 공격한 반면, 클린턴은 트럼프에 맞받아치면서도 등을 돌려 시민 패널과 교감하는 전략을 택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과거 패착을 지적하는 트럼프의 발언마다 터무니 없다는 듯 대소(大笑)하는 모습으로 응수했다.
2차 토론을 앞두고 성추문으로 궁지에 몰렸던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한 성폭행 피해 여성들을 ‘구원투수’ 삼아 토론장에 동행하기도 했다. 토론 시작 약 1시간 30분 전 토론장 인근 호텔에서 트럼프와 기자회견을 가진 폴라 존스, 후아니타 브로드릭 등 4명의 여성은 뒤쪽 방청석에 앉아 토론을 관람했다. 1978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칸소 주지사 선거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브로드릭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일부 나쁜 말을 했을지 모르지만 빌 클린턴은 나를 성폭행했고, 힐러리 클린턴은 나를 위협했다”고 지적했으며, 트럼프는 이를 토론에서 그대로 활용했다.
90분 간 이어진 토론 말미에 한 청중이 제기한 질문은 타운홀 토론의 별미를 더했다. 마지막 질문자로 선택된 시민은 흑색 비방으로 얼룩진 토론을 지적이라도 하듯 “뻔한 수사는 제외하고 두 후보가 상대방에게 존경하는 점을 하나씩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클린턴은 “트럼프의 자녀들은 매우 능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회했고 트럼프는 “힐러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이라면서도 “판단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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