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관세청의 순위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감사원 조사에서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릴 공산이 커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관세청이 자료조작 등의 갖은 방법을 동원해 면세점을 늘리거나 특정업체를 탈락 혹은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11일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른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 13건의 위법ㆍ부당행위를 적발했다며 감사 내용을 공개했다. 우선 관세청은 2015년 두 차례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호텔롯데에 불리하게 점수를 산정해 탈락시켰다. 또 2015년 12월 박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서울시내 면세점을 늘리라고 지시하자 관세청은 기초자료까지 왜곡해 이를 실천했다. 외국인 관광객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몇 년 전 자료를 들이대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관세청은 계량항목의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호텔롯데의 총점을 줄이는 수법을 동원했다. 덕분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두산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관세청은 이후 심사위원 명단ㆍ심사기준ㆍ배점표 등을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회로부터 자료제출 요구를 받자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 서류를 해당업체에 반환하고, 서울세관은 탈락업체 서류를 파기했다. 그래서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던 것이다.
감사원은 계량항목 수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평가점수를 잘못 부여한 관련자와 사업계획서를 반환ㆍ파기한 관련자 총 10명을 징계하도록 요구했다. 또 사업계획서 파기를 결정한 천홍욱 관세청장을 비롯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4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미르ㆍK스포츠재단 기부금 출연관련 특혜의혹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와 관련자 진술만으로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이 얼마나 한심하게 이뤄졌는지가 분명하다. 정부 기관이 똘똘 뭉쳐 시장을 어지럽힌, 한심한 작태다. 이런 황당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면세점 증설 지시 시점이 최태원 SK그룹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한 시점과의 관련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어떤 반대급부가 거론됐는지를 밝힐 추가적 ‘국정농단’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엄정한 수사로 한치의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하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