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저출산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은 폐교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경북 포항시가 앞서 폐교가 예정됐던 포항중앙초등학교 부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부터 폐교 자산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민간 활용을 적극 장려했고 지역사회에 특성에 맞는 활용 방안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다양한 시설들이 탄생했다.
일본 효고(兵庫)현 아와지시마(淡路島)에 있는 ‘노지마 스코라(scuola)’는 2010년 문을 닫은 학교를 단장해 만든 복합시설이다. 이탈리아어로 ‘학교’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에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뮤직쇼 홀 등이 입점해 있다. 사사야마(篠山市)시 사사야마 어린이 박물관은 자연 속에서 세계의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시설로 도시 외곽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만들었다.
고베(神戶)시 기타노(北野) 공방마을은 한신ㆍ아와지 대지진 이후 폐교된 100년 역사의 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인기 명소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일본 술과 빵 등을 살 수 있고 다양한 공예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구리야마(栗山) 코카콜라 환경 하우스는 코카콜라 교육ㆍ환경 재단이 초등학교를 환경교육 등을 하는 숙박시설로 재생시킨 곳으로 2009년 개장했다.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 3331 아트 지요다 (3331 Arts Chiyoda)는 예술인들이 주도해 만든 대안예술공간이다. 학교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예술작품 판매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IID(Ikejiri Institute of Design) 세타가야구(世田谷) 만들기 학교는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다. 디자인, 건축, 영상 등을 만들기 위한 교류ㆍ업무공간으로 쓰인다. 창작공간 외에 갤러리,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교토 중심가에 있는 구 릿세이(立誠)초등학교는 아치형 현관 등 1928년 지어진 건물 대부분을 보존한 채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학교라는 장소성을 토대로 취미교육을 중점적으로 하는 ‘어른의 학교’로 거듭난 곳이다.
후쿠시마(福島)현 니시아이즈(西会津) 국제 예술촌은 2002년 문을 닫은 중학교 목조건물을 문화교류시설로 바꾼 것이다. 각국의 예술인들이 숙박을 하면서 함께 활동을 한다.
일본의 폐교 활용 사례는 ▦사무실ㆍ공장 ▦복지 시설 ▦문화 시설 ▦체험학습ㆍ숙박시설 ▦교육 시설 ▦특산품 판매ㆍ가공 시설 등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폐교를 민간단체가 주도해 지역밀착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학교 시설을 거점으로 하면 지역의 이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국내 폐교는 박물관, 미술관 등 교육시설과 특산물가공장, 농촌체험시설 등 소득증대시설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고령자를 위한 교육시설과 지역 특성을 살린 디자인 관련 사업이 증가 추세에 있다”라며 “폐교 활용 사업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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