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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다에 대한 무관심이 부른 개악

입력
2017.12.15 14:3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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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끝은 바다. 당연하고도 간단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우리의 심장은 뛰고 가슴은 펄럭인다. 사람이 제 아무리 다양하다 해도 바다를 향해 마음이 열리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여행 내내 졸고 있다가도 “바다다!”라는 한 마디에 우리는 눈을 번쩍 뜨지 않는가. 해변으로 달려가 그 궁극의 수평선을 마주하면 삶의 무게조차 부서지는 파도와 함께 시원하게 흩어져 버리고 마는 듯하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그 푸른 탁 트임이 그토록 와 닿는 것일까? 답은 바다가 상징하는 무한성에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다 해도 그 한계가 가시적인 육지와는 달리 바다는 끝이 없는 영원한 미지의 세계이다. 너무 광대해서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이 어쩐다 한들 끄떡도 하지 않을 거대한 우주. 그 넓은 품에 안긴 채 우리는 그저 물장구 좀 치고, 물고기 좀 잡고, 모래성 한두 개 만들 뿐이다. 그것조차 파도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면 깨끗이 지워진다. 한결 같은 바다만 남은 채로.

다 옛날 얘기이다. 한 때는 들어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미물이긴커녕 인간은 이제 그 광활한 바다에조차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여전히 바다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은 듯한 우리이지만 실은 바다를 탈탈 털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정말로 바다 속 물고기 씨를 말리는 일이 가능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데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참치도, 명태도 이제는 오징어도. 점점 귀해지더니 이제는 확 줄었다. 정녕 끝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바다를 빈곤하게 만들고 있는 초유의 사태이다. 인간이 바다를! 잡히던 생선이 안 잡히는 뉴스를 수 차례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연의 가장 위대한 왕국마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늘의 기후변화와 함께 바다의 불법어업에 의한 남획은 지구 생명계의 가장 핵심 축을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혹자는 혀를 끌끌 찬다. 바다를 그 모양 그 꼴로 몰아놓고 있는 불특정의 나쁜 사람들을 우리는 나무란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나쁜 사람들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란 걸, 당신은 아는가? 배 한 번 안 타고, 낚싯대 한 번 안 던져본 당신이? 그렇다. 바다를 횟집의 원료 보급 사업체 정도로 여겼기에, 바다를 황금알 낳는 거위쯤으로 보았기에, 바다를 함부로 해도 되는 ‘남의 것’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식량을 제공해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는 바다로부터 그토록 많은 해산물을 얻으면서도 그 바다의 안녕에 대해서는 전혀 헤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내리사랑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나머지 배은망덕해진 불효자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정부도 어업계도 한국의 불법조업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국민이 아무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참치를 김밥 바깥의 존재로 생각해주지 않는 나라인 이상, 우리의 원양선박의 만행은 절대로 근절될 수 없다.

이런 판국에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요지는? 무허가 어업에 징역형을 없애는 등 불법조업에 대한 규제 완화이다. 그것도 유럽연합 지정 예비 불법 어업국에서 해제된 지 불과 3년 만에 말이다. 국제적으로 어업에 있어서 한국은 이미 ‘해적 국가’로 통한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는 시민단체는 싹 빼고 사익에 충실한 원양업계만 초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중대한 위반에 대한 처벌수위를 내리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이 얼토당토않은 상황의 근본원인은 다른 데가 아닌, 바로 우리의 무관심이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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