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재계 5위인 롯데그룹 총수가 검찰에 불려 나온 것은 196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신 회장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이다. 롯데건설 등 롯데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을 비롯해 특정 계열사 부당 지원,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를 받아 왔다. 검찰이 파악한 신 회장의 횡령ㆍ배임 액수는 2,0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에 이어 이번 경영 비리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전근대적 지배구조와 그룹을 오너 일가의 사유물처럼 여긴 구시대적 경영 행태가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신 회장을 비롯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의 부인 서미경씨 등 일가 5명이 구속 기소됐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 준다. 오너 일가가 모두 기소된다면 그 자체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불명예다.
검찰은 재벌 총수 일가의 비리에 대해 드러난 그대로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 신 회장 유고 사태 시 롯데 경영권이 일본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고 해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 해서는 안 된다. 롯데도 오너 일가가 어떤 처분을 받든지 간에 이번 사태를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 경영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 회장 소환 조사로 3개월 넘게 진행된 롯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수사는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이뤄진 첫 대기업 수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를 대거 투입하는 등 화력을 집중했다. 그런데도 당초 수사 목표로 거론된 ‘총수 일가의 비자금’을 찾아내지 못하고 현직 사장들의 영장도 줄줄이 기각됐다. 규모에 비해 실적이 초라하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수사 초기 제기된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착수하지도 못해 ‘반쪽 짜리 수사’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롯데그룹이 서울 잠실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나 시행사인 롯데물산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제2롯데월드를 지렛대 삼아 이명박 정권 실세들을 겨냥할 것이란 관측도 많았으나 검찰은 선을 그었다.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에 착수하면서 “신속ㆍ정확한 수사로 특별수사의 모범이 되겠다”고 다짐해 왔다. 검찰이 그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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