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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무도'가 들춘 하시마섬의 슬픔

입력
2015.09.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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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비시 석탄광업의 주력 탄광이었던 하시마섬. 군함을 닮았다고 군함도라고도 불린다. 나가사키=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일본 미쓰비시 석탄광업의 주력 탄광이었던 하시마섬. 군함을 닮았다고 군함도라고도 불린다. 나가사키=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MBC ‘무한도전’이 숨겨진 역사의 아픔을 들춰 주목 받았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시마섬 등을 둘러싼 역사 왜곡을 다뤄 시청자의 많은 관심을 산 것.

12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해외에 머물고 있는 동포에 고국의 음식을 전달하는 ‘배달의 무도’특집 최종회가 전파를 탔다. 이 때 방송인 하하가 찾은 곳이 하시마섬이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자들이 노역을 해 ‘감옥섬’이라 부르던 곳이다. 일본 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이 바다 속 탄광을 개발한다고 이용한 섬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에 섬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하루 16시간씩 고된 작업을 했다. 해저 900m까지 내려가 섭씨 40℃가 넘는 무더운 갱도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했다. 강제동원피해자는 8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이 중 사망자도 100명이 넘는다. “지옥이 따로 없다”는 게 하시마섬으로 끌려가 일을 했던 조선인 징용자 중 생존자인 김한수(98), 김형석(95) 씨가 들려준 얘기다.

‘무한도전’제작진은 웃음기를 빼고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듯 진지하게 하시마섬 속 조선인 징용의 역사를 다뤄 공감을 샀다. 자연스럽게 메이지유신 산업혁명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섬의 아이러니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이 조선인 징용의 역사를 숨긴 채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한 일이다. ‘무한도전’제작진은 ‘일본이 하시마섬이 한국인을 강제 징용한 시기를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에 제출할 때 1850년부터 1910년까지라고 게재했다’며 ‘이는 실제 한국인이 강제 징용한 시기인 1916년 이후와 다르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강제 징용을 인정하기로 했다가 등재 확정 이후 입장을 바꾼 일도 조목조목 꼬집었다.

이 뿐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하시마섬으로 끌려간 강제징용 희생자를 위한 공양탑이 다카시마섬에 있다는 또 다른 상처를 보여줘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 기업이 하시마섬의 사망자를 위한 공양탑을 세웠는데, 탑을 세운 장소가 열악하기 그지 없어서다. 하하는 두 시간 넘게 섬을 돌아다니고, 인기척이 닿지 않는 수풀을 뚫고서야 간신히 공양탑을 찾을 수 있었다. 위패마저 불태워져 희생자들의 신분도 알 수 없는 상황. 하하는 고국에서 가져 온 흰 쌀밥과 고깃국을 공양탑에 올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하시마섬 조선인 징용자 중 생존자들이 “당시 흰 쌀밥과 고깃국이 가장 먹고 싶었다”는 말을 듣고 한 일이다.

하하와 함께 하시마섬과 다카시마섬을 찾은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다카시마 공양탑을 찾을 때는 정말이지 너무 힘든 과정이었다”며 “물어 물어 외진 곳에 있는 공양탑을 겨우 발견했다”며 공양탑 앞에 꾹꾹 누른 흰쌀 밥과 고깃국을 올려놓고 묵념을 하는데 정말 더 울컥 하더라”는 후기를 페이스북에 올려 당시의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더불어 “ ‘무한도전’을 통해 하시마섬과 다카시마섬의 진실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이제서라도 널리 알려진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며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대외적으로 약속한 강제징용에 대한 정보센터 설치 등을 지킬 수 있도록 저는 계속 감시하고 압박해 나가려고 한다”는 계획도 들려줬다.

한국인들의 희생의 땅이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만 포장된 사실 등을 접한 시청자는 공분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은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 등에 ‘하시마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남의 일이었는데 이런 무관심이 가장 큰 죄임을 깨달았다’(성빈****), ‘우리 손으로 공양탑 다시 세우자. 산골 깊숙이 아무도 못 찾는 곳에 덜렁 혼자 있는 공양탑을 보니 정말 분노가 차오른다’(la****), ‘유네스코 등재 이후 하시마 섬에 대해 많이 언급돼 반감을 가졌지만 내가 알아낸 것은 희생자 분들의 한의 반에도 못 미친 듯 하다. 공양탑도 알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강****)등의 글을 올려 공감을 표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관련 르포 ▶ 군함도에 끌려온 '조선인의 아픔'은 여전히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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