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까지 썩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고 밑바닥부터 기본이 안 돼 있는 대한민국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어우러진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 나라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 행사장을 찾은 안 전 대표는 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정 현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총체적인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며 “가장 기본은 공공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일이고 그런 다음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교육과 과학기술, 시장 구조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대표는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에서 대한민국을 바꿀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개혁 법안 가결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며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개혁하기 힘들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 234명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듯 180명만 찬성하면 어떠한 개혁 법안도 지금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 이후로 (개혁 법안 투표를) 미루자는 것은 개혁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그 동안 미뤄졌던 개혁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각각 정치·경제·검찰 개혁 법안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 국내 기업들의 위기 탈출 해법도 제시했다. 안 대표는 “CES는 화려하지만 ‘혁신의 전쟁터’로 무서운 곳”이라면서 “예전에는 기술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기존 기술을 잘 조합해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하게 하는 사용자 편의성(usability)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최근 IT 전자업계의 흐름을 감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부스를 둘러본 안 대표는 “글로벌 기업인 양사가 TV를 넘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여러 외국 기업과 협업하고 기술 표준화에 참여하는 활동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옛날에 장수끼리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그 장수와 같이 싸우는 수많은 병력, 군대와 군대의 싸움”이라며 “전 세계에 많은 파트너를 거느린 기업이 앞으로 경쟁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경계심도 내비쳤다. 안 전 대표는 우리나라의 CES 참여 기업 수가 중국 기업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현실을 두고 “숫자로 경쟁하기는 역부족이며 다만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를 해야 할 지가 관건”이라면서 “남들이 다 하는 분야보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끝으로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전쟁터에서 현장을 봐야 얼마나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지, 우리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며 정치인들의 산업계 현장 방문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CES 2017’ 행사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래 콘셉트 카를 공개한 완성차 업체 전시관 등을 둘러봤다. 라스베이거스(미국)=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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