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대형 서점 매출 떨어져, 실용서 가격 15%↓ 참고서 3.5%↑
제휴카드 할인·공산품 묶음 판매, 서점가·소셜커머스 꼼수·위반도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책 값이 전년 동기 대비 11%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11월21일부터 12월 21일까지 온?오프라인 서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151곳과 지역서점 128곳의 도서 가격을 조사한 결과 도서 평균 정가가 하락하고 온라인과 대형 서점의 매출이 떨어진 반면 지역 서점은 매출이 변동이 없거나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은 11월 21일부터 12월 15일까지의 단행본 분야(문학ㆍ정치ㆍ경제ㆍ자기계발ㆍ과학ㆍ인문ㆍ역사ㆍ건강ㆍ예술ㆍ여행ㆍ요리 등) 도서 가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해당기간 도서의 평균 정가는 1만5,409원으로 2013년 1만7,333원보다는 11%, 2012년 1만8,316원보다는 16% 내렸다고 밝혔다. 가격변동폭은 분야별로 차이가 뚜렷해 실용서는 평균 15% 가량 하락했으며 초ㆍ중ㆍ고 학습참고서는 평균 3.5% 가량 상승했다. 진흥원 측은 “학습참고서는 출판사 간 경쟁으로 판매가 부진해 가격 인하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할인율 제한이 없었던 실용서의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아 할인율 제한이 없었던 다른 분야 도서의 가격도 충분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서점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서점 매출은 적게는 7%, 많게는 20% 이상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보합세를 보이거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문학ㆍ가정ㆍ생활 분야 도서의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 이에 서점가에는 제휴카드 할인, 출판사별 추첨 증정 이벤트, 책을 공산품과 묶어 공산품 코드(88)를 부여해 50% 할인해주는 등 도서정가제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진흥원 측은 “제휴카드 할인은 카드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며 “카드 할인 문구를 결제 페이지에서만 표시하도록 유통사에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산품과 책을 묶어 판매하는 것도 단속이 불가능하다. 진흥원 측은 “공산품과 함께 팔린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서점에 권고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중소형 서점의 80% 가량은 매출 변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덕진 목동 햇빛문고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며 “(도서정가제가) 가격정책을 일원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카드 할인 등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에서는 위반 사례가 속출했다. 진흥원은 한 달 간 지마켓, 옥션, 티켓몬스터, 위메프, 쿠팡 등을 조사한 결과 103건의 위반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위반 내용 대부분은 할인율 15%를 넘긴 것으로, 한 출판사는 위반 사례가 60~70건이나 됐다.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건당 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진흥원 측은 21일 이후 서점 매출이 점차 회복해 내년 3월께 정상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진흥원 관계자는 “신간 도서가 나오고 재정가가 활발히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성수기인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유통사를 비롯한 출판계의 자정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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