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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톡2030] 가스비 무서운 자취생, 텐트를 치다

입력
2015.1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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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매트에 일본식 보온탁자까지

난방비 절약 아이디어 총출동

대구에 사는 직장인 이우철(35)씨. 올해로 자취경력 10년차인 그지만 해마다 겨울이 무섭다.‘가스비 폭탄’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해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그는 겨울 ‘생존’을 위해 약 70㎡(22평) 크기의 노후한 주택에 보일러를 풀가동시켜 왔다. 하지만 “따뜻하게 잠들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의 대가는 참혹했다. 월 평균 10만~15만원(11~2월)가량이 찍히는 가스비 고지서는 넉넉지 않은 생활비 수준에 한숨이 절로다. “인터넷 연결선 때문에 1~2㎝정도 창문이 늘 열려 있어 외풍을 피할 수가 없어요. 뽁뽁이(단열 에어캡)도 붙여보고 수면바지, 수면양말, 군대에서 입던 깔깔이까지 입고 살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죠.”

그러던 이씨는 지난달 ‘난방텐트’라는 신세계를 접했다. 바닥이나 침대 위에 설치해 열을 보존하는 난방텐트 덕분에 지난달 가스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아직 본격적인 한파가 닥치지는 않았지만 이씨는 벌써부터 든든하다. “바닥에 전기장판을 켜고 그 위에 난방텐트까지 치면 웬만한 추위도 거뜬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난방텐트의 신세계를 발견하다

직장인 이지현(가명)씨의 난방텐트 안에 키우는 토끼가 들어앉았다. 이씨는 인테리어 효과를 위해 핑크색 텐트를 골랐다. 이지현씨 제공
직장인 이지현(가명)씨의 난방텐트 안에 키우는 토끼가 들어앉았다. 이씨는 인테리어 효과를 위해 핑크색 텐트를 골랐다. 이지현씨 제공

낼 때마다 피눈물 나는 월세와 관리비, 치솟는 물가까지 감당해야 하는 2030 나홀로족에게 혹한기는 또 다른 산이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겠노라”는 이들은 기발하고 알뜰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월동준비에 한창이다.

커튼, 문풍지, 에어캡, 전기매트 등 전통적인 아이템은 물론 난방텐트, 방수커튼, 미니 라디에이터, 코타츠(난방 테이블) 등 신개념 아이템까지. 시중에 판매 중인 난방용품 종류만 수십여 가지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1만9,000원~5만원 대)과 뛰어난 단열기능으로 나홀로족들 사이에 최근 핫한 난방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것이 난방텐트다.

김사랑씨가 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난방텐트. 뒤 창문은 문풍지와 뽁뽁이(에어캡)로 바람을 막았다. 김사랑씨 제공
김사랑씨가 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난방텐트. 뒤 창문은 문풍지와 뽁뽁이(에어캡)로 바람을 막았다. 김사랑씨 제공

올해 3월 서울 성북구의 한 옥탑방에서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유진주(24)씨도 ‘텐트족’을 자처했다. 가스비를 절약하기 위해 “겨울이 돼도 절대 보일러를 틀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유씨는 날씨가 추워지자 최근 2만5,000원짜리 난방텐트를 구입했다. 아직까지 대만족이다. “옥탑방은 10월부터 겨울이라고 보면 돼요. 텐트를 쓰기 전에는 아침에 추워서 잠에서 깼는데 전기매트로 데워진 온도가 텐트 안에 그대로 유지되니 따뜻해요. 차가운 공기 때문에 목이 칼칼한 증상도 없어졌고 텐트 천장이 송송 뚫려있어 모기장 효과까지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1~2인용 난방텐트는 이미 지난달부터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 다른 난방용품도 인기다. 소셜커머스 쿠팡에 따르면 지난 1~15일 난방텐트, 에어캡, 온수매트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248%까지 상승했다. 온라인 종합쇼핑몰 인터파크도 같은 기간 난방용품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02% 상승했다고 밝혔다.

바르는 에어캡 등 난방용품의 진화

프리랜서 디자이너 성지은(24)씨는 30년 된 방 2칸짜리 주택의 외풍 때문에 지난해까지 방에서 패딩 점퍼를 입고 살았다. 방 안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손이 얼어서 키보드를 치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큰 마음을 먹고 13만원짜리 온수매트를 사 침대 위에 깔았다. 비싼 가격에 망설였지만 월 10만원 가까운 가스비에 허덕이느니 온수매트 하나로 겨울을 나기로 결심했다. 전기요금이 더 나오긴 하지만 가스비보다 훨씬 적게 든다.

바르는 에어캡도 잊지 않았다. 일일이 치수를 잰 뒤 구입해야 하고 부착해도 잘 떨어지는 뽁뽁이와 달리 액체를 창문에 바르는 식이라 간편하고 떨어질 염려가 없었다. 현관문부터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 틈이란 틈은 모두 문풍지로 막아버렸다. 전선 때문에 완전히 닫히지 않는 창문 틈에도 문풍지를 돌돌 말아 구겨 넣었다. 그 결과 평소 17~18도 정도였던 집 온도가 온수매트를 끄고도 24~25도까지 올라갔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는 귀찮아서 무조건 보일러 틀고 꽁꽁 싸매고만 살았어요. 그랬더니 가스비만 많이 나오고 겨울 내내 감기에 걸리는 악순환이었죠. 요새는 소셜커머스나 생활용품점에서 웬만한 방한용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충분히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어요.” 성씨는 조만간 방수커튼을 사서 방 안 창문에 달 생각이다.

이왕이면 낭만에 인테리어까지

정지선씨가 방 안에 들여놓은 코타츠. 일본 가정집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정지선씨 제공
정지선씨가 방 안에 들여놓은 코타츠. 일본 가정집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정지선씨 제공

이왕 겪는 ‘추위와의 전쟁’을 나름 즐겁고 낭만적으로 이겨내려는 청춘도 있다. ‘난방텐트족’ 대학생 김사랑(24)씨는 친언니와 함께 사는 작은 방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생겨 아늑함까지 느낀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중견 여배우의 딸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실로 보이는 넓은 공간 사진과 함께 “내 방 거실에 TV를 달았다”는 글을 올려 ‘금수저 언어’ 꼬리표를 단 일을 예로 들었다. “마치 텐트가 내 방이고 텐트 문을 열고 나오면 거실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아요. 언니랑 작은 텐트에 누워 있다가 “거실에서 만나자”라는 농담을 하며 장난도 쳐요.(웃음)”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는 정지선(27)씨는 39㎡(12평)의 원룸에 코타츠를 들여놨다. 코타츠는 전기 히터와 이불이 붙어있는 테이블로 일본 전통가옥에서 겨울을 날 때 사용한 난방용품. 보온효과는 물론 인테리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단다. “겨울에 코타츠 안에 들어가 귤을 까먹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일본 가정집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까지 연출이 가능하죠. 좌식생활을 하는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겨울 아이템이에요.”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박규희 인턴기자(성신여대 국문학 4)

유해린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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