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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조사 ‘의’

입력
2017.11.28 11:5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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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을/를’로 대표되는 우리말의 조사 가운데에서 ‘의’는 맡을 수 있는 기능이 가장 많다. 사전에 따라서는 적개는 10개부터 많게는 21개까지 내세우기도 한다.

‘의’의 많은 기능 가운데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은 ‘인류의 기원’처럼 소유 또는 소속을 나타내는 일이다. 얼핏 소유나 소속처럼 보이는 것도 잘 따져보면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인류의 발전’에서 ‘발전’은 인류의 소유라기보다는, 인류가 주체인 어떤 행동이나 현상이라고 해야 한다. ‘주시경의 국어 문법’에서는 ‘국어 문법’을 만든 이가 ‘주시경’임을 ‘의’가 나타낸다. ‘질서의 확립’과 같은 표현에서는 앞엣것이 뒤엣것이 나타내는 행동의 대상이 된다. ‘예전의 인심’에서는 ‘예전’은 ‘인심’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이렇듯 ‘의’는 너무나 다채로운 기능을 보이기 때문에 학자들이 그것들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실제 사용에서도 어떤 의미인지 혼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사 ‘의’를 사용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따져서 오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적국의 침략’이라고만 하면 적국을 침략한 것인지, 적국이 침략해 온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의’를 잇달아 사용하는 경우는 어법상 틀리지 않더라도 무성의하다거나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경제의 발전의 역사의 연구’는 ‘경제 발전의 역사에 대한 연구’ 또는 ‘경제 발전 역사의 연구’, ‘경제 발전사 연구’ 등으로 줄이는 것이 더 낫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소유나 주체, 대상 관계라고 하여 ‘의’를 꼭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의’를 빼는 것이 훨씬 우리말다운 경우도 있으니 여러 경우를 견주어 골라야 한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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