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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장학금 전면 폐지… 고려대의 실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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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장학금 전면 폐지… 고려대의 실험 통할까

입력
2015.10.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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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학생에 매월 생활비 지원

"중간층 학생들 상실감 보완해 줘야"

고려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생활장학금을 늘리기로 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 우수자에게 현금 형식으로 주는 전통적 의미의 장학금 관례를 깨고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장학금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파격 실험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향후 다른 대학에 여파가 미칠지도 관심이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14일 대학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부터 장학제도를 전면 개편해 매년 23억원가량 지급됐던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염 총장은 이어 “대신 기존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으로 등록금 100%를 면제받았던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특별생활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매월 일정 생활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바뀌는 장학금 체제에선 교훈을 딴 ‘자유장학금’ ‘정의장학금’ ‘진리장학금’ 등 3종류의 장학금을 신설키로 했다. 우선 자유장학금 명목으로 학생자치활동장학금과 근로장학금 35억원이 배정됐다. 여기에는 현재 시급 5,800원으로 책정된 근로장학금을 최대 1만원까지 올린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가정환경이나 개인 사정에 따라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을 심사한 뒤 지급하는 정의장학금에는 200억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또 학생들의 해외연수나 외국어 향상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진리장학금이라는 명칭으로 선보인다. 염 총장은 “국내 대학들이 장학금 일부를 성적을 잘 받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썼는데 장학금이 수단적 가치에 머무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미 서울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성적장학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이어져 왔다. 서강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 수혜자 규모는 유지하되, 금액은 등록금의 3분의2 정도 지급하던 것을 6분의1 수준으로 줄였다. 학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성적장학금은 축소하고 복지장학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도 올해 입학생부터 단과대 수석ㆍ차석, 전공과 수석, 최우수, 우수1, 우수2 등 총 6개의 성적장학금 중 학점 3.75점을 넘긴 학생들에게 50만원씩 지급하는 우수2 장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장학금 배정을 확대했다.

대학가에서는 ‘교육기회 확대’ 측면에서 대학들의 성적장학금 폐지 추세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학업에 대한 보상 동기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고려대의 한 재학생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려는 학교 측의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 “반면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들이 학비를 충당할 수단은 그만큼 줄어들어 형평성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성적 위주의 장학금 제도가 불공정한 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맞으나 사회적 배려대상이 아닌 중간 층위의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보상의 선택지가 사라지는 것인 만큼 이들의 상실감을 보완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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