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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면 사은품, 현금 드려요"... 불법 판치는 태아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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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면 사은품, 현금 드려요"... 불법 판치는 태아보험

입력
2018.07.30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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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 기자
신동준 기자

‘태아보험 사은품 1+1 이벤트 진행 중입니다. 힙시트ㆍ카시트ㆍ유모차ㆍ아기띠 중 2개 선택하세요.’ ‘XXX씨 소개로 연락했다고 하면 (보험) 가입 다음날 사은품으로 가입금(보험료) 4배를 현금으로 주실 거예요.’

29일 기자가 국내 최대 여성 커뮤니티 2곳에 태아보험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취지로 게시글을 올렸더니 위와 같은 내용의 온라인 쪽지가 하루 만에 65개나 쇄도했다. 태아보험에 들면 기본 가격대가 있는 육아용품을 사은품으로 주거나 보험료에 비례해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보험설계사라고 밝힌 사람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도 함께였다. 그러나 보험 가입을 대가로 사은품이나 현금을 수수하는 것은 불법이다.

출산을 앞둔 가정의 태아보험 가입이 보편화하면서 이러한 불법 영업이 만연하고 있다. 보험에 들면서 덜컥 금품을 받았다간 보험설계사와 함께 처벌될 수 있고 사후 보험계약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태아보험이란 실손의료보험 성격인 어린이보험에 태아 관련 특약을 더한 보험상품이다. 신생아 질병과 기형, 저체중 출산 등에 따른 의료비가 보장된다. 통상 임신 22주 내에 가입이 가능하다. 올해 1월 아빠가 된 박모(35)씨는 “아기가 있는 집 치고 태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요새는 자동차보험만큼이나 필수”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어린이보험 누적가입 건수는 2014년 525만여건에서 2016년 640만여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태아보험이 육아 필수품이 되다 보니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일부 보험사 대리점(GA)과 보험설계사들이 법적 허용 범위에서 벗어난 영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계약을 맺을 때 보험설계사가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연간 보험료의 10분의 1 또는 3만원을 초과하는 금액 상당의 사은품 및 현금이 금지 대상이다. 이를 어기면 금품을 제공하는 설계사뿐 아니라 이를 받은 보험가입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눈앞의 이익에 끌려 불법 영업에 응할 경우 사후 관리 측면에서도 피해를 입게 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일탈을 하는 설계사 상당수는 머지않아 자격정지를 당하고, 이들을 통해 보험에 들었던 가입자에 대한 관리 업무는 다른 설계사에서 제대로 인수 인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가입자 입장에선 향후 아이가 아플 때 설계사 도움 없이 직접 보험금 청구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불편을 겪기 쉽다”고 말했다.

온ㆍ오프라인에서 공공연하게 고가 사은품을 홍보하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지속적인 단속 및 계도로 태아보험 불법 영업 행태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보가 있어야 단속이 이뤄지다 보니 육아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지는 불법영업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법하게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만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산한 김모(32)씨는 “태아보험에 들면서 배냇저고리 한 벌을 사은품으로 받았는데 비슷한 시기 동서는 카시트를 받았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가입한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 경쟁에 매몰된 일부 대리점들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보험시장에서 대리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설계사들에 대한 내부통제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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