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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선거 여왕 충격적 몰락... 정경유착의 총체적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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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선거 여왕 충격적 몰락... 정경유착의 총체적 분노”

입력
2016.12.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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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외신들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을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박 대통령이 한국 민주화 이후 최초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민들의 분노가 박 대통령의 퇴진뿐 아니라 기성정치와 재벌 등 기득권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가 ‘변화의 순간’에 섰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국가와 결혼했다며 청렴한 이미지로 청와대에 입성한 박 대통령이 품위를 상실하고 추락했다(fall from grace)”고 의미를 부여했다. AP통신은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 대통령으로써는 충격적인 몰락”이라며 “3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페리 사고(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투표 결과를 지켜봤고,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고 국회 분위기를 전했다. 미 CNN과 영국 BBC 방송 등은 국회가 탄핵 투표에 돌입하기 전부터 국회 상황을 생중계하며 탄핵 상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외신들은 박 대통령이 탄핵 투표에 몰린 이유도 상세히 소개했다. AP는 “박 대통령은 아버지를 떠올리는 정치 스타일로 수년간 (국민에)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며 “박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진보 정당 해산에 영향을 미쳤으며, 경찰이 반정부 시위를 강력히 진압하도록 내버려뒀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야당은 탄핵 표결이 한국 민주주의의 이정표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이 단순히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정부와 재벌의 오랜 유착 관계를 향한 총체적 분노라는 해석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권, 재벌의 유착 단절까지 촉구했다”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 대통령선거, 이탈리아 개헌 부결 등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온 기득권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한국에서도 탄핵 상황으로 표출됐다”고 진단했다.

외신들은 탄핵안 가결이 각국 외교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했다. 일본 언론들은 탄핵 투표 전부터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한일 위안부 합의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의 4대 경제 대국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정국 혼란에 따른 불안감을 드러냈고,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는 때 한국에서 권력 공백이 발생하게 됐다”며 “북한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상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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