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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다 질책 받아서…” 사제폭탄 테러, 불씨는 ‘사제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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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다 질책 받아서…” 사제폭탄 테러, 불씨는 ‘사제간 갈등’

입력
2017.06.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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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사제폭탄 피의자 김씨 진술

교수 “군대 가라” 막말에 앙심

지난달 말부터 치밀하게 준비

새벽 연구실 찾아 알리바이도

경찰, 폭발물사용 혐의 구속영장 신청

13일 오전 서울 신촌의 연세대 1공학관 건축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학생들이 공학관 주변에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신촌의 연세대 1공학관 건축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학생들이 공학관 주변에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공학관에서 일어난 사제(私製)폭탄 테러 사건의 불씨는 사제(師弟) 간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제자의 진술에 따르면 논문에 대한 질책과 병역 특례를 원하는 자신에게 “군대에 가라”고 한 막말이 희대의 범행 동기였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4일 오후 10시20분쯤 피의자 김모(25)씨에 대해 폭발물 사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후 피해자인 김모(47) 교수와, 대학원생 8명, 연구보조원 1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고 있는 피의자 김씨가 피해자 김 교수로부터 '논문 작성 과정에서 질책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김 교수가) ‘군대에 가라’고 해 앙심을 품었다”는 김씨의 진술도 확보해, 이 대목과 범행이 어느 정도 연계 됐는지 추가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대학원 동료 이모(27)씨는 “사제 간 원한 관계가 있었다면, 이공계 병역특례자 전형 문제나 졸업 문제 때문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김씨가) 평소 예의 바르고 교우관계가 원만했던 터라 피의자로 지목됐단 사실에 지인들 대부분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공대생들에게 졸업과 직결된 논문이나 병역 문제 등은 상당히 예민하다”는 게 관련 전공자들 얘기다.

김씨는 러시아 폭탄 테러에서 사제폭발물 제작에 ‘영감’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5월 20일쯤 해외 테러 언론 보도를 보고 유사범행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언급한 테러 사건은 지난 4월 키르기스스탄 출신 러시아 남성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사제폭탄을 터뜨려 사상자 60여명을 낸 대형 테러사건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 말부터 범행을 준비했으며 사전 준비도 치밀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지난달 말부터 사제폭탄 제조를 준비해 이달 10일 완성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지식으로만 제작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김씨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용 이력을 조사, 정확한 제조지식 습득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사건 당일 김씨는 오전 3시에 학교를 찾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김씨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건장소인 4층 김 교수 방이 아닌 5층 연구실로, 이곳에서 평소 사용하던 3D프린터 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연구 활동을 하다 범행 시각에 맞춰 4층으로 향했다. 경찰은 김씨가 김 교수 일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 계획한 시간대에 폭발물을 두고 갔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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