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 독일 경제도 후퇴 조짐, IMF "유로존 트리플딥 가능성 40%"
뉴욕 증시 2% 안팎 급락세로 마감, 한국 환율시장도 널뛰기 심해질 듯
미국과 더불어 선진국 경제의 양대 축인 유럽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소비시장인 유럽 경기가 주저앉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일본은 물론 나 홀로 회복세에 있는 미국 경제에마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인 미국의 금리인상과 슈퍼달러 기세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커지는 유로존 트리플딥(3차 침체) 우려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건 유럽경제의 버팀목인 독일 경제의 후퇴 조짐이다. 8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4.0%나 줄어들며 5년여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데 이어 9일(현지시간) 발표된 같은 달 수출마저도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5.8%)으로 감소했다. 0.2% 성장(전기대비)에 그친 2분기에 이어 3분기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간 빈사 상태의 유럽경제를 홀로 이끌어 온 독일마저 주춤할 경우 유럽은 별다른 탈출구도 없는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트리플 딥(3차 경기침체ㆍ2분기 연속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이 40%에 달한다”고 우려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 드라기 총재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콘퍼런스에서 “유로존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인 (유로존)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식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8일 공개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다른 나라들의 성장세가 약할 경우 미국의 회복세도 느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데 이어 독일의 우울한 지표, 드라기의 고백 등이 더해지면서 각국 증시는 강력한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이날 혼조세를 보였던 유럽 증시는 10일엔 1% 가까운 하락세로 출발했고, 새벽 뉴욕 증시도 2% 안팎의 급락세로 마감했다. 해외발 악재에 코스피지수 역시 10일 24.33포인트(1.24%) 내린 1940.92까지 밀렸다.
샌드위치 독일의 딜레마
유럽의 침체 탈출이 쉽지 않은 건 선장이 여러 명인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강력한 긴축이든, 화끈한 돈풀기든 화력을 집중해야 할 판에 ECB와 독일의 충돌은 늘 정책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ECB 최대주주인 독일은 무작정 돈 먼저 풀기보다 유럽 국가들이 긴축, 구조조정에 우선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부터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국식 양적완화(국채 매입) 카드 역시 독일의 반대로 번번이 미뤄지고 있다.
실제 9일 미국에선 드라기 총재가 “재정 여유가 있는 나라는 상황에 맞게 세금과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며 에둘러 독일을 겨냥하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유럽 각국 정부는 각자 상황에 맞는 구조개혁과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식 양적완화가 능사는 아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독일 스스로에게도 딜레마가 되고 있다. 사실상 ECB의 주인인 입장에선 돈 풀기로 볼 손해가 마뜩찮지만 유로존 역내 수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경제구조상 유럽 국가들이 침체에 허덕이는 한 자국 경제 역시 마냥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 금리인상ㆍ슈퍼달러 어디로
유럽발 악재는 미국의 통화정책에도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FOMC 회의록 공개 이후, 내년 봄까지 당겨졌던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시기 전망은 다시 여름 이후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금리인상 기대감을 동력으로 삼던 달러 강세의 기세도 다시 방향을 틀어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ㆍ유로 환율은 1.26달러 후반, 엔ㆍ달러는 107엔대까지 각각 물러섰다.
한국으로선 환율의 널뛰기가 더욱 심해질 위험이 높아졌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럽까지 돈 풀기 대열에 적극 나설 경우, 원화 가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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