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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 절반만 비즈니스석 태우겠다’던 배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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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 절반만 비즈니스석 태우겠다’던 배구협회

입력
2017.07.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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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한국 대 폴란드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한국 대 폴란드의 경기. 한국 김연경이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배구계는 남녀 대표팀 차별 논란으로 들끓었다.

대한배구협회는 이란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아시아예선(8.10~14)에 참가할 남자대표팀 14명 전원의 항공편을 비즈니스석으로 예약했다. 반면 체코에서 벌어지는 그랑프리 세계대회 결선을 위해 26일 출국하는 여자대표팀 선수 12명 중 6명만 비즈니스, 나머지 6명은 이코노미석으로 배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은 ‘왜 남녀를 차별하느냐’ ‘이럴 거면 남자도 반반 나눠 태워라’고 성토했다.

여자 프로배구단 IBK기업은행이 3,000만 원을 배구협회에 긴급 지원하면서 ‘항공좌석 남녀차별’에 대한 급한 불은 껐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여자대표팀)체코 프라하와 인천공항 왕복 항공권을 12명 전원 비즈니스로 발권했다”고 25일 밝혔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남녀 차별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다만 배구협회의 무능함과 무사 안일한 일 처리가 빚어낸 촌극이다.

장신의 배구 선수들은 이코노미 좌석을 타고 장시간 비행하면 일반인보다 피로도가 심하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한 명당 수백만 원이 넘는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좌석 업그레이드 문제는 국제대회 때마다 불거진다. 이번에 그나마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운 것도 프로배구를 관할하는 한국배구연맹(KOVO) 지원 덕분이었다. 배구협회는 매년 KOVO로부터 국가대표 지원 명목으로 2억 원을 받는데 올해는 1억 원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KOVO는 이사회를 열어 이를 승인하되 남녀대표팀이 세계대회 예선 참가를 위해 비행기를 탈 때 좌석 업그레이드에만 1억 원을 쓰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배구협회가 약속과 달리 남자대표팀 선수 절반만 비즈니스석에 앉힐 거란 말이 흘러나왔다. 한 배구 관계자는 “배구협회가 김호철(남자대표팀) 감독에게 ‘14명 중 비즈니스에 태울 7명을 골라 달라’고 말해 김 감독이 크게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KOVO는 배구협회에 “약속을 안 지키면 1억 원을 회수 하겠다”고 경고했다. 구단과 KOVO의 반발이 거세자 배구협회는 원래대로 남자대표팀은 이란, 여자대표팀은 태국(9.20~24) 세계대회 아시아 예선에 비즈니스 좌석을 예약하기로 했다.

23일 한국과 폴란드의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가 열린 수원 실내체육관. 관중석이 가득 찼다. 수원=연합뉴스
23일 한국과 폴란드의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가 열린 수원 실내체육관. 관중석이 가득 찼다. 수원=연합뉴스

하지만 여자대표팀이 그랑프리 예선에서 8승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선에 오른 게 또 다른 변수가 됐다. 여자 선수들은 태국보다 장거리인 체코를 오갈 때 비즈니스석에 앉길 원했고 배구협회가 수용했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태국행 항공권보다 체코행 항공권 가격이 더 비싸고 여름휴가 성수기까지 겹쳐 좌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12명 중 6명만 비즈니스석을 이용키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모 배구단 사무국장은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든 대책을 세울 생각은 안 하고 선수 절반만 비즈니스로 태워 가겠다는 그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구단 사무국장도 “협회가 재정자립도를 키우지 못하면 이런 일은 언제든 반복된다. 이번에 그랑프리 예선을 수원에서 치를 때 꽉 찬 관중을 보지 않았느냐. 배구 인기는 증명이 된 것이다”며 “배구협회가 KOVO에 손만 벌리지 말고 이 좋은 컨텐츠로 어떻게 수익을 올릴지 고민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배구협회는 지난 달 선거를 통해 선출한 오한남(65) 신임 회장의 취임식을 25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진행했다. 참석자들에게 저녁식사도 제공된다. 이 장소는 배구 관련행사가 종종 열린 곳으로 대관료나 식대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 구단 관계자는 “돈이 모자라 항공권 때문에 이 사단이 났는데 굳이 호텔에서 취임식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밖에서 배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꼬집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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