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례가 지난 10년 동안 29개 대학, 82건으로 확인됐다고 교육부가 25일 발표했다. 중고교생의 경우 연구와 논문 지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공저자 등록이 가능한데 이런 교육과정 연계가 39건, 이와 무관한 사례가 43건이었다.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국민대, 경북대, 경상대, 가톨릭대 등이 망라됐다. 공저자 등록 자녀는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 2, 3학년이 다수였고, 논문은 이공계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조사의 발단은 지난해 말 서울대 교수의 자녀 공저자 등록 사건이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의 한 교수가 아들을 고교 1학년 때부터 자신이 교신저자인 논문 43편에 공저자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나 대학 인사위원회가 징계를 결정하자 해당 교수는 사표를 냈다. 교육 특히 입시는 한국 사회에서 어느 분야 못지 않게 공정성을 요구 받는 데다 대학 교수라는 직업 역시 많은 이들이 높은 윤리성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교육부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표시했는지 여부를 대학에 검증해 주도록 요청하고, 연구 부정으로 확인된 논문이 대입 전형에 활용된 경우 입학 취소를 요구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돌아보면 교수 사회의 윤리적 일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수가 “어디 교수에게 덤비느냐” “넌 개 값도 안 돼” 하는 식의 막말을 한 사례나, 제자 성추행으로 도마에 오른 경우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제자들의 인건비를 가로채 실형을 선고받는 일도 드물지 않다. 교수의 기초적 자질을 의심스럽게 하는 논문 표절은 너무도 만연해 대학마다 연구진실성위원회 같은 검증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타락한 형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드러났듯 돈을 받고 발주자의 입맛에 맞는 부실한 용역 연구서를 만들어 주는 행위다.
대학은 고등교육을 대표하는 기관일 뿐 아니라 한 사회의 지성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여기서 지성은 전문적 지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높은 윤리 의식과 그를 실천으로 보여 주는 자세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도덕적 자질을 갖추기를 교수 개개인에게 더 이상 말로만 촉구해서는 현실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논문 표절을 심사하는 위원회 같은 기구를 확장해 대학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교수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감시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교수 사회의 관행을 바로잡아 나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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