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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승기, JSA 대대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쥬

입력
2017.11.15 14:5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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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31일 인기스타 이승기가 특전사에서 21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이승기는 두말이 필요 없는 최고 스타다. 그런 이승기가 일반 부대도 아닌 가장 힘든 부대인 특전사에서 복무했고, 병사가 굳이 이수하지 않아도 되는 천리행군과 고공강하까지 이수하여 특전용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하니 그의 모범적 의지가 실로 대단하다. 특히 30㎏의 군장을 메고 400㎞ 산악야간행군을 하는 천리행군은 직업군인인 특전사 부사관들조차도 가장 힘든 훈련으로 꼽을 정도다. 이승기는 천리행군을 끝까지 완주하며 발의 물집을 터뜨리기 위해 바늘에 실을 꿰어 수도 없이 발을 헤집었고, 다리에 쥐가 나는데 낙오하기 싫어서 허벅지를 바늘로 수백 번을 찔렀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에 고위층 자녀나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병역비리를 저지르는 뉴스를 수도 없이 봐왔다. 또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후보자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병역의무 이행률이 낮은지, 국민들은 상실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더 인기스타인 이승기가 훌륭한 자세로 군복무를 마친 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은 21개월 동안 이승기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없었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 더 오랫동안 그로 인해 국방의 의무에 대한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야말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실천이다.

다른 사례 하나가 있다. 바로 지난 13일 판문점 JSA에서 우리 측으로 귀순해 오던 북한병사가 총에 맞고 쓰러져 있는 것을 대원들을 시키지 않고, 직접 낮은 포복을 하고 가서 구조해 온 JSA대대장 이야기다. 귀순 병사를 추격하여 40여 발의 자동소총을 쏜 북한군이 지척에 있고, 저격수가 겨누고 있을 그 상황에서 대대장은 중사 2명과 직접 구조하러 갔다. 목숨을 건 것이다. 군복무를 해 본 사람은 대대장이 얼마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안다. 그런데도 그는 부하를 보내지 않고 직접 사지에 들어갔다.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전우애를 일으키는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실천이다.

이런 대대장에게 판문점 현장에도 안 가본 사람들이 즉시 대응 사격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한다. 만약 덮어놓고 대응사격을 했다면 우리 측의 피해는 차치하고 현재 생사의 기로에 있는 그 귀순병사가 더욱 집중사격을 받아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MDL 북측에서 차량사고가 나고 총성이 울리면 우리 측 피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북측의 내부 일이다. 또 도로가 아닌 숲으로 숨어들어간 북한 병사를 재빨리 찾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것은 현장 지형을 너무나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일반인이 TV 속에서 보는 판문점은 아스팔트 위에서 우리 병사들이 권총을 찬 채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는 모습뿐이다. 그 옆으로 북한 귀순병사가 왔는데 왜 대응사격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 만하다. 그런데 그 경비병들은 관광객이 있을 때 보호를 위해 나오는 것이라, 평소에는 아무도 없고 화면 바로 옆은 숲이다. 따라서 여론주도층쯤 되면 현지 상황을 모른 채 함부로 예단해서 소리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사회지도층으로서 적을 이롭게 하지 않는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다.

지금 핵을 완성한 북한의 안보위협이 극에 달해 있다. 그렇지만 군대는 인구절벽의 도래로 병력감축을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군인들은 전우애로 뭉쳐진 끈끈한 신뢰로 무장해야 안보위기를 극복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질타만 하고 보자는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최고 스타인 이승기의 아름다운 군복무, JSA 대대장의 살신성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쥬가 묘하게 대비된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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