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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에 분열된 EU… 일부 국가는 철조망 세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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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에 분열된 EU… 일부 국가는 철조망 세우기 급급

입력
2015.08.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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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더블린 조약 고수, 슬로바키아·폴란드 기독교인만 수용

이탈리아·그리스·헝가리는 속수무책, 곳곳에 철조망 설치 효과는 미지수

목숨을 걸고 유럽행을 시도하는 난민들의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유럽 국가들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들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곳곳에 철조망 장벽까지 세우는 등 ‘요새화’하면서 “실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경찰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독일 근처 마을 세인 피터 암 하트 부근에서 차량 검문을 실시하던 중, 소형 트럭 짐칸에서 탈진해 중태에 빠진 어린이 3명을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짐칸에는 어린이 등 난민 26명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당시 어린이들은 심한 탈진 증세로 의식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7일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 근처 고속도로 갓길에 버려진 냉동트럭 짐칸에서 난민 시신 71구가 발견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전해줬다. 이들은 주로 시리아 난민이었으며 더운 날씨에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사 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그리스 시미섬 인근에서는 해양경찰과 난민 밀입국업자 사이에 총격전이 발생, 난민(17) 한 명이 숨졌다. 그리스 해양부는 “터키 서부 해안에서 난민 70명을 태운 요트가 그리스 영해에 불법으로 들어오려 했다”며 “난민 밀입국 브로커업자로 보이는 터키인 3명과 난투 도중 총이 발사됐다”라고 해명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국은 ‘난민은 처음 도착한 나라에 머물러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슬로바키아와 폴란드는 기독교 난민만 받겠다고 버티고 있다. 난민 최대 유입국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헝가리 등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유럽행을 택한 난민들이 매일 목숨을 잃고 있는데도 유럽연합(EU)국가들은 분열되고 주저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국가에선 장벽을 세우는 작업까지 진행 중이다. 새로운 난민 유입로로 떠오르고 있는 헝가리는 남부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175㎞ 길이의 철조망 장벽을 세웠다. 헝가리는 셍겐조약(유럽연합 간 국경 자유왕래 보장 조약) 가입 26개국 가운데 유일한 동유럽국가여서, 일단 헝가리에 도착하면 다른 25개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영국도 최근 1,000만 달러(약120억원)을 투입, 영국-프랑스간 유로터널 중 프랑스 칼레 구간 및 항구 주변에 철조망 담벼락 보수공사를 단행했고 불가리아도 올해 초 터키와의 국경에 160㎞ 길이의 철조망 설치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특히 최근 칼레에선 하루에도 수 천명의 난민들이 영국행 밀입국을 위해 유로터널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밀입국 루트를 찾고 있어 이 철조망들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올해 헝가리에 도착한 이주민은 모두 14만명으로 이미 작년 한해 수준(4만3,000명)을 훨씬 뛰어넘었고, 그리스도 지난 2012년 터키와의 국경 지역인 에브로스에 10㎞길이의 철조망 장벽을 세웠지만 터키에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막지 못했다. 영국 현지 경찰 책임자는 BBC방송에 “난민들이 네덜란드나 벨기에 항구들로 옮겨가 영국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철조망은 영국행 난민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 땅을 밟은 일명 ‘지중해 난민’은 3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한 해 지중해 난민은 21만9,000명이었다. 또 2,500명은 ‘유럽 드림’을 이루지 못한 채 바다에 빠지거나 선상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난 한해 사망ㆍ실종자 수인 3,500명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한편, 잠든 딸(5)을 안고 거리에서 볼펜을 파는 모습으로 네티즌의 심금을 울렸던 시리아 난민 ‘볼펜 아빠’를 위한 모금액이 사흘 만에 14만 달러에 달해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레바논으로 밀입국한 이 남성의 모습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알려졌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는 27일 이 남성을 돕기 위한 모금을 시작, 13만9,000달러(5,185명)를 모았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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