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야권은 차기 대선 판이 달려 있다. 탄핵안 가결 시엔 조기 대선으로의 국면 전환이 불가피해진다. 부결되면 의원직 사퇴까지 공언한 야권에서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고,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논의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
탄핵안이 일단 통과되면, 야권은 조기 대선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촛불민심을 동력 삼아 정권교체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에서다. 야권의 유력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핵 의결 시 즉각 사임”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헌법 준수를 앞세워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대통령 사퇴 이후 법정 준비 기한이 60일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개헌 논의는 물 건너 간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개헌론자들조차 이제 ‘개헌’은 그냥 해보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현실이다”고 전했다.
조기 대선파가 내세우는 명분은 조기 국정 수습이다. 헌법재판소의 최장 심판기한(180일)까지 정치권이 마냥 손 놓고 기다리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판단에서다. 헌재의 탄핵 인용까지 총리 권한대행체제가 유지되긴 하지만 리더십 공백에 따른 국정 불안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야권이 조기 대선을 밀어붙일 경우 오만함으로 비쳐줘 민심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러려고 탄핵에 목을 맸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각오로 헌재의 심리 기간, 대선 경선 룰 등을 논의하며 대선 공식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야권은 새누리당에게 1차 책임을 돌리겠지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1월 임시국회에서 탄핵안 재추진에 나설 가능성도 있으나, 촛불민심은 그 전에 국회 해산 요구 등으로 여의도(국회)를 심판하려 들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박 대통령이 탄핵 부결을 핑계 삼아 퇴진 의사까지 철회하며 버티는 경우다. 야권의 당 지도부는 사퇴 요구에 직면할 것이고, 유력 차기 주자들의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탄핵안 부결에 따른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개헌론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 것으로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 놓고, 차분히 대한민국 시스템 전반을 뜯어 고쳐보자는 취지에서다. 개헌 정국이 시작되면, 개헌파를 중심으로 여야를 넘나드는 제3지대 부상 등 정계개편 논의도 본격화하게 된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등은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비 패권지대 구축을 공언한 바 있다.
개헌 논의와 맞물려 여야 잠룡들의 이합집산도 가시화될 수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기존 정치권에 지분을 그나마 덜 갖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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