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미ㆍ중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두고 보자(We’ll see)”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 언론들은 ‘핵 단추’를 언급한 김 위원장의 미 본토 핵 위협을 전하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향 등 대화 시그널에도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새해 전야 파티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핵 단추가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두고 보자, 두고 보자”고만 간단히 언급했다. 신년사에 담긴 북한의 의도와 후속 행동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북핵 위협에 대해 “우리가 처리할 것”이라는 정도의 원론적 수위만 거론하고, 군사적 대응과 관련해선 비교적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은 보수ㆍ진보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보수적 시각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 단추 발언과 함께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는 김 위원장의 미국 위협을 주로 소개했다. CNN 방송은 “유화적인 톤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의 생산을 가속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반면 뉴욕타임즈(NYT)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향이 있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을 소개하며 ‘김정은의 제안은 핵 위기 해빙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남한에 대한) 김정은의 보다 부드러운 언어는 한미간 균열을 노리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전문가를 인용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신중하고 엇갈린 반응과 달리, 중국 언론을 일제히 미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 언급보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의사 등 평화적인 메시지에 주목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직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한국과 회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고 소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김 위원장이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는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는 한국이 이전에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을 비롯해 신랑망(新浪網: 시나닷컴), 텅쉰망(騰迅網) 등 포털사이트도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북한의 평화적 메시지에 주목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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