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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해 아침을 맞이하며

입력
2017.01.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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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국내 정치로는 대통령 탄핵절차 및 개헌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변수로 인해 국내 경제 상황은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으며, 외교 및 국제 정치의 면에서도 트럼트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쉽지 않은 변화와 도전이겠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슬기롭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먼저, 국내 정치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진행해서 대통령의 지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다분히 정치적 재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의 속성상 촛불민심 속에 나타나는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민주주의 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법적으로 파면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법리적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피할 수 없는 4년차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둘러싸고 탄핵 논쟁이 반복해서 재현될 우려가 있다.

탄핵 절차의 진행과는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이미 차기 대선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개헌이 중요한 정치적 변수로 등장하였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여러 가지 폐해가 드러난 지금의 시점에서 개헌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개헌이 각 선거주자들의 유불리에 따른 정략적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최근의 국정조사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무능함과 무례함을 고려하면 의원내각제가 현재의 대통령제를 대신할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해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제의 측면에서는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했던 ‘창조경제’는 그 실체가 없던 것임이 사실상 밝혀졌고 그 추상적인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효율과 낭비가 발생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그 비효율과 낭비는 뼈아픈 것이다. 조선ㆍ해운ㆍ전자ㆍ자동차 산업과 같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던 분야의 산업환경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청춘들이 대학 졸업 이후에도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에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지금처럼 몰리는 국가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리 없다.

또한 국내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인상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그 가계부채는 고스란히 폭탄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1월 20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 본격적으로 열릴 트럼프 시대에 대한 슬기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이는 미국의 국내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를 포함한 국제 정치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의 대중 관계, 대러시아 관계 그리고 대북 관계에 대한 정책의 변화는 결국 대한민국의 안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부디 지금 정부의 정책담당자와 차기 대선 주자들이 그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와 역량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경우 진주만에서의 최대의 해전 패배 이후 미드웨이에서의 최대의 해전 승리에 이르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정유년 새해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위기상황의 도전을 받고 있고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와 변화의 시기일수록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법이다. 그 기회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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