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충청 둘로 쪼개져
"朴대통령 지지 높은 이유 모르겠다"
영남, 朴대통령 지지 건재
"김무성 자기 정치 모습 보여줘야"
호남, 새정치 혁신안에 주목
천정배 신당 놓고선 찬반 갈려
이번 추석연휴는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 각지의 민심이 한바탕 뒤섞이는 시기였다. 최대 격전지이자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선 정권 ‘심판론’과 ‘안정론’이 혼재돼 있었고, 여야의 텃밭인 영남ㆍ호남에선 이유야 달랐지만 모두 ‘현역의원 물갈이론’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수도권ㆍ충청권… ‘심판론 vs 안정론’ 팽팽
내년 총선은 시기적으로 박근혜정부 중간평가의 의미가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강고한 지지층이 건재하고 야권 지지층이 하나로 묶이지 못하면서 정권 심판론 못지않게 안정론을 선호하는 흐름도 상당했다.
야권 지지층에선 예외 없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강모(57)씨는 “박 대통령이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데 지지율이 왜 높은지 모르겠다”며 “총선이나 대선에서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자기들 내분도 수습 못하는 야당이 한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토박이인 자영업자 한모(45ㆍ동작구 상도동)씨도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들면 당연히 야당 지지가 높아야 할 텐데 지금 분위기로 보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길 것 같다”면서 “이러니 사람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 지지층의 ‘박근혜 지키기’ 분위기는 한층 강고해지는 모습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주부 전모(66)씨는 “대통령이 어려운 여건 속에 원칙과 소신을 갖고 잘 해나가고 있는데 흔들기가 지나치다”면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대통령이 여자라서 우습게 본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50대 회사원 황모(경기 김포시)씨도 “정권 심판하자는 사람들 치고 사회생활 제대로 하는 사람 없더라”며 “국민 다수가 뽑아준 대통령이 맘 놓고 일할 수 있게 새누리당을 지지해줘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했다.
최근 충청권 민심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를 뽑겠다는 답변이 더 많지만, 실제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대전 유성구의 대학 교수 최모(44)씨는 “이명박정부보다 박근혜정부가 훨씬 더 못하는 것 같은데 박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참 허탈하다”면서 “내년 총선 분위기가 어떨지는 정말로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52)씨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조금만 더 믿음직스러우면 좋으련만 참 답답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영남권… 朴 지지 뚜렷, 靑 주도 물갈이론 시끌
새누리당의 절대 강세 지역인 영남권은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대구ㆍ경북(TK) 물갈이설’이 실제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회자될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대구 남구의 자영업자 윤모(56)씨는 “‘유승민 파동’ 때문에 민심이 흉흉하다”면서 “그에 맞춰서 ‘박정희 향수’도 강해졌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대구 전체에 청와대의 입김이 들어간 공천이 이뤄져도 이의를 달 상황이 아니다”며 “유승민 의원을 옹호했던 의원들 모두 공천받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여긴 사실상 게임 끝났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주민 박모(45)씨는 유승민 파동의 여파가 ‘김문수 대 김부겸’ 대결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김부겸 새정치연합 전 의원에 대해 “식당에서 우연히 한번 봤는데 사람 참 좋더라”면서도 “지금 분위기로 보면 선거 때 결국 새누리당 사람 뽑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경남 거제시에 거주하는 공무원 박모(43)씨는 “박 대통령이 너무 혼자 다 하려다 보니 자꾸 탈이 나고 시끄러워지는 것”이라면서도 “여기는 어르신들 몰표가 있어서 누가 나오든 내년 총선에선 무조건 새누리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ㆍ경남ㆍ울산(PK)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눈여겨 보는 이들도 많았다. 김모(73ㆍ진주)씨는 “김 대표가 그나마 묵직하니 청와대랑 각도 세울 줄 알고 싸울 줄도 아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산에 사는 최모(44)씨는 “김 대표 지지율이 높지만 어디까지는 박 대통령 지지율에 묻어가는 것 아니냐”며 “자기 힘으로 정치를 하는 모습을 봐야 진짜 대선 후보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어촌 유권자들 사이에선 선거구획정 결과에 대한 불안감도 묻어났다. 경북 예천군 고향집을 다녀온 대기업 임원 이모(51)씨는 “문경ㆍ예천이랑 영주가 합친다느니 문경과 예천이 쪼개져서 각기 다른 지역에 편입된다느니 소문도 많고 말도 많더라”면서 “그렇잖아도 인구가 줄어드는데 지역구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호남권… 현역 물갈이론ㆍ신당 흐름 등 어수선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권에선 제1야당에 대한 실망감과 현역의원들에 대한 반감에다 신당ㆍ탈당 흐름에 대한 기대와 우려까지 한 데 겹치면서 유권자들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자영업자 박모(58ㆍ광주)씨는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에 대한 민심이 언론이나 일부 정치권에서 말하는 정도로 차갑지는 않다”면서 “정신차리고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회초리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민모(46)씨는 “혁신위원회가 당 쇄신안과 공천혁신안도 내놓았으니 이제 딴소리 좀 말고 제대로 실천했으면 좋겠다”면서 “호남지역 의원들 전부 물갈이 한다고 해서 반대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에서 자영업을 하는 강모(42)씨도 “혁신위까지 꾸려서 뭘 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면 진짜 새정치연합은 끝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신당 창당이나 탈당 움직임에 대해선 유보적인 의견이 많았다. 60대 주부 전모(62ㆍ전남 화순군)씨는 “어쨌든 야당은 뭉쳐야 하는데 지금 보면 당이 2~3개로 갈릴 것 같다”면서 “천정배 의원도 처음엔 좀 괜찮다 싶었는데 요즘은 아예 대놓고 야당을 분열시키고 하니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40ㆍ광주)씨도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 “그 밥에 그 나물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북에선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전주에서 개업하고 있는 의사 박모(57)씨는 “호남에 아직 정동영 전 의원만한 인물이 없는 게 현실 아니냐”며 “정 전 의원이 ‘천정배 신당’에 합류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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