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군 간호장교인 조여옥 대위에 집중된 22일 5차 청문회 말미에 국정조사의 실체적 진실규명과 관련해 “솔직히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많은 국민께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를 간절히 바라셨겠지만 부족함이 많이 있었다”고 자인했다. 이날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은 울화통과 짜증이 확 밀려들었을 것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3차 청문회 때와 마찬가지로 “아니다”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으로 일관한 증인의 답변은 국정조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추가 질문을 사실상 봉쇄하는 이들 증인의 답변은 국회를 깔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청문위원의 준비부족과 조사권의 제약에 기인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청문위원이 결정적 증거를 들이대기 전에는 모르쇠와 오리발 답변의 허점을 파고들어 증인을 몰아붙이기 어렵다.
증거와 자료 부족 탓에 청문위원들이 관련자의 제보, 전언, 언론보도에 의존해 증인의 시인을 받으려 하고, 여의치 않자 심리전까지 펼치는 모습도 보였다. 당위성에 기대어 호통치거나 증인의 개인사 등을 들추며 비아냥 섞인 질문을 하는 식이다. 위증에 따른 처벌을 언급하며 협박성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런 청문회 양상은 지켜보는 국민들을 몹시 답답하게 할 뿐 아니라 국회의원의‘갑질’과 청문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무성의하고 무례한 질문은 말할 것도 없다.
제한적인 조사권한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실관계 수집을 바탕으로 언성 한 번 높이지 않고 청문 대상자의 허점을 파고들어 옴짝달싹 못하게 한 사례가 과거에 없지 않았다. 위원들의 노력에 따라서는 청문회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갈수록 청문회의 실망스러운 측면이 두드러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청문 대상자의 방어 논리가 한층 교묘해진 반면 청문위원의 질적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탓이 크다.
행정부와 권력을 견제, 감시하는 국회의 핵심 기능인 국정조사는 강화돼야 한다. 국정조사 특위 설치 규정을 엄격하게 하되 자료 제출의 강제력 강화 등 청문위원 조사권한 확대, 전문조사 인력 확충, 증인 출석 회피와 명백히 드러난 위증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 국정조사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진상 규명과 의혹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완장질’ ‘갑질’만 부각되는 맹탕 국정조사는 무용론만 부추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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