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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스펙보다 태도를 보고 뽑아야

입력
2016.12.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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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층이 고착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기 세대에서 경제 사회적 계층을 상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가구주 비율이 22년 전에는 60%였으나 지금은 21.8%로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많은 국민이 대물림의 장벽에 좌절하고 있다. 이는 촛불민심의 한 배경이기도 하다. 계층 고착화는 경제발전도 저해한다. 좌절은 혁신 동기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바꿀 과학자, 기업인이 대물림의 장벽에 막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계층이동을 막는 장벽은 일생 30가지나 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 중 최우선으로 허물어야 할 장벽은 무엇일까.

과거부터 누적된 장벽이 집결되는 가장 중요한 단계가 있으니 바로 구직시장이다. 첫 직장은 향후의 삶을 결정하니 새로운 장벽의 시작이기도 하다. 문제는 선발기준이다. 신입직원 선발기준은 크게 역량과 태도로 구분된다. 이 중 역량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은 조직관리 경험자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태도가 좋으면 역량도 올라간다는 연구도 많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 517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응답자의 93%가 업무성과(혹은 역량)보다 직장 매너,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능력, 근태관리 등 넓은 의미의 업무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뽑힌 직원들의 현실은 반대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42명의 인사담당자에게 신입사원이 보완해야 할 점을 물었다. 근무 태도와 예의, 근성과 인내력, 업무를 배우려는 자세 등 넓은 의미의 업무태도가 미흡하다는 답이 84.4%였으며 문제해결력 등 역량 부족을 지적한 비율은 12.5%에 그쳤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뽑힌 직원의 태도가 미흡한 이유는 태도보다는 역량을 보고 선발했기 때문이다. 고용부와 대한상의가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선발기준을 물어보니 학력, 학점, 자격증, 인턴경력, 영어가 중요하다고 한다. 모두 역량측정 기준이다. 공채시험이 있는 경우도 언어이해, 논리판단 등 주로 역량을 평가한다. 인성평가도 일부 있으나 시험으론 한계가 있다. 최근 면접이 강화되고는 있으나 시간이 충분치 않고 지원자도 준비된 답으로 대비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기업의 직원선발에서 역량이 과도하게 중시되고 있다.

문제는 역량 중심 선발기준에는 모두 부모의 소득수준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학력과 관련된 최형재(2007)의 연구에 의하면 최상위 25% 계층 자녀의 상위권 대학진학률은 최하위 25% 계층에 비해 5배 정도 높다고 한다. 학점과 자격증에서도 대학 때 알바 뛰는 학생은 시간이 없어 불리하게 마련이다. 인턴 경력에 부모 배경이 작용하는 건 다 아는 현실이다. 영어 실력에 부모 소득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KDI 연구결과이다. 결국 기업의 직원 선발기준은 대물림 장벽의 결정판인 것이다. 원하는 인재를 뽑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향후 심층면접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일해 보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형 인턴제 확대를 제안한다. 공정하게 인턴을 뽑아 6개월 내외 역량과 태도를 검증한 후 그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뽑는 방식이다. 기업으로선 스펙은 좀 떨어져도 태도가 좋은 직원을 발굴할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지원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 이 제도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A기업은 인턴제를 도입하고 B기업은 정규직을 바로 보장할 경우, 우수 인력이 B기업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기업으로선 인턴제가 좋긴 한데 혼자 하면 손해라는 점에서 죄수의 딜레마인 셈이다.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형 인턴제 확대에 공동보조를 취하길 권한다. 위기에 빠진 전경련의 남은 역할일 수도 있겠다. 스펙보다는 태도를 보고 직원을 선발해야 기업도 좋고 계층이동도 활발해진다. 인턴선발 시의 공정성이 생명임은 물론이다.

박진 KDI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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