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서 돌아온 60대 한국 남성
고열ㆍ호흡기 이상… 격리치료 중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4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국내 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에서 입국한 한국 국적의 68세 남성이 메르스에 감염돼 치료 받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바레인에서 보름간 머물며 농작물 재배관련 일에 종사했던 이 남성은 이달 4일 귀국할 당시 고열과 함께 호흡기 증상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고, 현재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위독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중증 급성호흡기질환으로, 이 병에 걸리면 이틀에서 2주까지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다. 폐감염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신부전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확산되며 7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전염성은 낮다. 아직까지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치사율은 30~40%에 이른다.
메르스는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환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465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감염 환자의 97%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에 몰려 있어 크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중동지역에서 감염된 환자의 사망 사례는 영국(3명), 프랑스(1명), 독일(1명), 말레이시아(1명) 등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 보고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람 간의 전염이 쉽게 이뤄지지 않아 가족이나 의료진도 마스크 착용 등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평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병원 내 감염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독감처럼 잘 퍼지는 질병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감염 경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낙타와 박쥐가 매개동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메르스의 첫 한국인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관리체계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아울러 가족과 의료진 등 감염 가능성이 있는 접촉자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중동 지역을 방문할 경우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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