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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게임업계에 밀려 대책도 없이 "셧다운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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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게임업계에 밀려 대책도 없이 "셧다운제 완화"

입력
201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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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게임업계의 산업논리에 한 발 물러섰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어제 기자간담회를 통해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인터넷게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골자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 부모가 요청할 경우 셧다운제 적용을 해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게임에 대해선 아예 셧다운제 적용을 배제하는 것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규제완화의 배경에 대해 “부모 의사와 상관없이 자녀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막아 양육권과 교육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규제완화로 “가정 내에서 자녀의 게임 이용 지도가 더욱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절대 다수 학부모들이 권리 침해를 문제 삼기는커녕 셧다운제를 적극 옹호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업계의 집요한 요구를 받은 문체부의 규제완화 논리에 여가부가 밀린 흔적이 짙다.

게임업계는 지난 4월 셧다운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7대 2의 압도적 합헌 결정을 내린 뒤에도 강력한 반대운동을 그치지 않았다. 당시 헌재는 합헌 취지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율과 과몰입, 중독 등 부정적 결과,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특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규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혀 양육권ㆍ교육권 침해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자 업계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과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이전 의향 등을 적극 홍보하며 산업 규제완화 차원의 조치를 정부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산업논리로만 봐도 업계의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 일례로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4,429억원 매출 중 해외 매출이 66.2%를 차지해 프로그램만 좋다면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중국 캐나다 등이 더 좋은 조건으로 국내 게임사들을 유치하려는 상황에서 ‘애국심’만으로 한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그렇다. 이미 현대ㆍ기아차 해외 생산비중이 국내 생산보다 많아진 상황이다.

이번 규제완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 부작용에 대한 대책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업계의 요구만 들어줬다는 것이다. 게임중독 예방과 해소를 위한 대책, 게임 외 청소년 여가 선용을 위한 인프라 확충, 게임업계의 사회적 기여 등 최소한의 사회적 요구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내년 5월 시행 예정인 모바일 셧다운제까지 포기하겠다는 건 돈벌이를 위해 해독제도 없이 독(毒)을 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방침이 적용되는 내년 하반기 전까지 정부와 업계는 서둘러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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