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명만 기소하고 수사 마무리
천문학적인 국고 손실을 불러온 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직 에너지공기업 사장 2명을 포함해 3명만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자원외교 드라이브를 걸었던 윗선이나 몸통은 처벌을 면해 ‘허탈한 마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강영원(64) 전 석유공사 사장과 황기철(63) 전 대한광물 대표는 구속기소, 김신종(65)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3월 경남기업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자원외교 비리수사에 의욕적으로 나선 것에 비해선 초라한 결과이다. 수사 초기 정부 고위인사와 정치인들도 의혹에 포함됐으나, 자원외교 실패의 최종 책임은 공기업 사장들에게 돌아갔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석유공사가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부문 자회사 날(NARL)을 시장가치보다 비싸게 인수해 5,500여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7월 구속됐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경남기업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지분을 고가매수하고, 양양철광산에 부실투자한 것이 혐의로 인정됐다. 암바토비 광산의 경우 73억원에 인수 가능한 경남기업 지분을 238억원에 인수하고, 경제성이 없는 양양철광산에는 희토류 개발 명목으로 대한광물에 1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적용했으나, 이들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투자’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양양철광산 투자과정에서 약 3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 기소됐다.
공기업 사장 2명을 제외하면 자원외교 비리 개입의혹이 제기된 윗선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런 수사결과대로라면 수조원대의 혈세 낭비가 몇몇 공기업 대표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과실인 것이다. 때문에 이번 수사가 숱한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문제가 된 석유공사의 캐나다 정유회사(날) 인수로 총 1조3,000억원대 손실이 초래됐지만, 강영원 전 사장 한 명이 모두 책임을 졌다. 석유공사가 캐나다 자원개발사 하베스트 인수 이후 투입한 비용까지 합하면 손실액이 2조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자원외교를 총괄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강 전 사장의 혐의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차례 서면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검찰은 최 부총리의 “보고는 받았으나 인수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인정해줬다.
자원외교 컨트롤 타워로 거론됐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당시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 등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이들은 수사선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검찰은 하베스트 인수 투자 자문사였던 메릴린치 서울지점을 압수수색 했지만 역시 처벌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이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상무로 근무하고 있어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참여연대ㆍ민변ㆍ정의당이 고발한 가스공사의 부실투자는 아예 형사처벌을 면했다. 2009~2010년 당시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혼리버·웨스트컷 뱅크 탐사광구 지분 및 캐나다 MGM사의 우미악 광구 지분을 매입,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의혹을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은 “가스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했으나, 투자 과정은 적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30여년 간 해외자원개발사업에 35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2014년 기준으로 약 12조8,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자원 확보는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투입된 자금만 32조원에 달했으며 각각의 자원개발 사업을 유지할 경우 46조원 이상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반년 가까이 이어져온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마무리 하면서 ▦공기업의 투자 ㆍ융자 심사 및 예비타당성 심사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한 사전심사 기능강화 ▦임원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소 제기 등 책임추궁 방안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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