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머리 찍고 내동댕이
남원경찰서, 가혹행위 18명 적발
알고도 묵인한 원장도 불구속입건
지적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해온 장애인생활시설 원장과 교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북 남원경찰서는 16일 시설 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 등)로 남원 모 장애인보호시설 사회복지사 조모(4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장애인들이 폭행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장애인 보호시설 원장 이모(72)씨 등 1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201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생활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중증 지적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애인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했던 조씨 등은 창문을 수 차례 여닫는 행동을 반복하는 장애인을 제지한다며 팔을 꺾어 부러뜨리고 밥을 먹지 않는 장애인의 머리를 숟가락으로 찍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더욱이 탁자에 올라간 한 장애인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등에 올라타 발목을 꺾는 등의 폭력도 일삼았다.
특히 김모씨는 탁자에 올라간 장애인의 발등과 손등에 100원짜리 동전을 이용해 수십 차례 학대했다. 이들 복지사 등에게 폭행 또는 학대당한 장애인은 시설에 거주하는 31명 중 23명이나 됐다.
그러나 이 시설의 원장인 이씨는 사회복지사들의 가혹 행위를 보고받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사회복지사들이 상습적으로 장애인을 학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 등을 벌여 이들의 범행을 확인했다. 경찰에 붙잡힌 복지사들은 “장애인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훈계차원에서 다그치기는 했지만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폭행을 당한 장애인들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시설 이동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행정기관과 협의해 장애인들을 다른 시설로 옮겨 생활하게 할 방침이다. 경찰은 남원시에 해당 시설의 폐쇄 등 행정처분을 요구하고 다른 장애인 시설에 대해서도 가혹행위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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