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7.05.15 20:00
수정 : 2017.05.15 20:00

“뇌경색 환자 체온 33도로 낮추는 저체온 요법, 사망률 크게 줄여”

[첨단 의료를 달린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인터뷰

등록 : 2017.05.15 20:00
수정 : 2017.05.15 20:00

뇌신경계 질환이라면 뇌종양이나 뇌졸중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경은 몸 곳곳에 그물처럼 퍼져 있어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두통 어지럼증 치매 운동질환 뇌전증(간질) 수면장애 손발저림 등이 대표적이다. 뇌신경계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배희준(53)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뇌신경계 질환에 대해 들어보았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은.

“뇌혈관을 손상하는 가장 큰 원인이 고혈압 과음 당뇨병 흡연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 뇌졸중 위험인자다.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전국 대표성을 가진 뇌졸중 위험인자를 알아내려는 연구를 시행해 그 결과를 내놨다. 국내 45세 이하 남성 뇌졸중 환자의 45%가 흡연이 원인이었고, 고혈압은 29%였다. 청장년 남성에서 금연의 중요성이 드러난 만큼, 담뱃값을 둘러싼 논란을 되돌아보게 한 결과였다.

66세 이상 고령에서는 남녀 모두 고혈압과 뇌졸중의 과거력이 가장 주요한 위험 요인이었다. 그 동안 해외 연구자료에 의존해 뇌졸중 예방정책을 만들던 우리 의료계 현실에서 이 연구결과는 뇌졸중 치료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던 환자에서는 죽상(粥狀)경화 뇌졸중의 정도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때문에 예방적으로 아스피린을 먹으면 뇌졸중 발생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졸중이 발병해도 그 정도를 낮추고 치료성과를 높일 수 있다.”

-뇌졸중 진단ㆍ치료의 골든 타임은.

“대부분의 뇌졸중은 예고 없이 나타난다. 일단 발병하면 사망률이 높기도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장애나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특히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뇌에 갑자기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뇌세포가 망가지기 시작하고,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완벽히 재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뇌경색으로 쓰러지면 최대한 빨리 혈전으로 막힌 혈관을 뚫거나 혈전제거를 통해 뇌혈류가 돌아오게 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으로, 진단과 치료의 모든 과정은 뇌경색 발생 이후 3시간 이내, 늦어도 6시간 이내 시작돼야 한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도 이른 시간 내 혈압을 낮추는 치료나 수술을 해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뇌경색에 저체온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데.

“뇌혈관이 막혀 뇌혈류가 줄어들어 뇌조직이 죽는 질환이 뇌경색이다. 60세 이상이라면 뇌경색 수술을 해도 대부분 예후가 좋지 못하다. 따라서 고령의 중증 뇌경색 환자에게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인 저체온 치료를 뇌신경계 중환자실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저체온 요법은 뇌경색 환자 체온을 33도 정도로 떨어뜨려 77시간 유지하면서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분비를 차단함으로써 뇌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요법이다. 심한 뇌부종을 줄일 수 있어 다른 약물치료와 함께 뇌부종으로 인한 뇌탈출을 막아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저체온 요법으로 기존 수술법으로 30~50%에 달했던 사망률을 18% 수준으로 크게 낮출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다.”

-어지럼증 환자도 많아졌는데.

“어지럼증은 성인 인구의 25%가 한번쯤 경험할 정도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신체활동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지럼증은 내이(內耳)질환이나 이석증(耳石症)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땐 문제 없어도 걸을 때 어지럼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우리 몸의 중심을 유지해주는 소뇌 기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뇌나 뇌간 부위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갑자기 어지럽고 메스꺼우면서 구토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말초뿐만 아니라 중추 전정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기에 각 원인과 질환에 따른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한 어지럼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려면 신경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등을 여러 번 찾아 중복 검사를 받아야 했다. 때문에 우리 병원은 신경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원스톱으로 전정질환을 진료ㆍ연구하는 ‘다학제 어지럼증 전문센터’를 오는 7월에 문 열 예정이다.”

-특화된 전문 진료센터를 소개하자면.

“뇌졸중이 생기면 뇌전증이나 혈관성 치매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신경과에서는 뇌전증 및 수면센터, 신경인지행동센터, 어지럼증센터, 뇌혈관센터, 척수ㆍ신경근육센터, 파킨슨센터, 신경계중환자치료센터 등 다양한 전문센터에서 뇌신경계 질환 치료에 협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관심이 크게 높아진 치매 치료를 담당하는 신경인지행동센터를 두고 있다. 이 센터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치매 관련으로 1만36명이나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가 3,5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센터는 인지장애와 행동장애가 주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검사와 평가를 통해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신경생리검사실은 의식소실, 경련발작, 운동장애,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24시간 비디오 뇌파 촬영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뇌기능 이상으로 인한 이상행동을 관찰, 증상을 규명하고 중증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이상행동을 조기에 발견해 뇌전증 치료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급성기 뇌졸중으로 진단되면 곧바로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집중치료실에서 치료 받은 환자의 사망률과 운동기능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병실에서 치료 받은 같은 조건의 환자보다 사망률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생활 가능성 평가 결과와 뇌졸중 회복률도 좋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요즘 젊은 뇌졸중 환자의 45%가 흡연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돼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그림 2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생리검사실은 의식이 소실된 환자의 뇌파를 24시간 촬영해 뇌전증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전국지자체평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