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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희비 갈린 금융업계… 은행 웃고 카드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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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희비 갈린 금융업계… 은행 웃고 카드 울고

입력
2017.12.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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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대마진 이용해 초과수익

카드, 자금조달 비용 상승 부담

보험,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수혜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6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초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었죠. 이에 따라 은행 예금자들과 대출자들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목돈을 은행에 맡겨 놓고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한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손에 더 쥐게 됐고, 매달 빚을 갚아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늘었습니다. 금융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리인상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각각 다른데요. 금리 인상으로 울고 웃은 곳, 어디일까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우선 금리인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은행입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시간차’를 이용해 초과 수익을 냅니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올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인 ‘예대마진’을 키우죠. 은행의 대출금리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나 금융채 금리 등 시장금리에 연동해 오르는 반면, 예금금리는 각 은행이 개별적으로 올려야 합니다.

이번 금리인상을 앞두고도 대출금리는 기대감을 반영해 먼저 올랐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6월 이후 기준금리는 1.25%로 유지됐지만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3.06%에서 지난달 3.50%까지 0.44%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폭(0.25%포인트)보다 시장금리는 먼저 올라있는 셈이죠.

그래서일까요. 올해 은행권 실적도 쑥쑥 성장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순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5,000억원)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시간차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금리인상 다음날인 1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습니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은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히며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올렸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적금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금리인상분을 재빨리 반영했다”며 “상식 수준에선 금리가 오르면 은행 수익성이 좋아지지만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인상 시간차가 점차 좁아지면서 이게 딱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은행 수익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1~2차례 금리를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봅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은행의 연간 순이자마진(NIM)을 0.03%포인트 상승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대출 성장이 없다고 가정해도 이자이익이 3,3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3분기 은행 대출잔액이 1,110조원인 것을 근거로 한 계산입니다.

은행과 반대로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카드업계입니다. 대출영업은 하지만 은행처럼 수신(예ㆍ적금) 기능이 없는 곳이죠.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이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도 함께 올라갑니다. 산업은행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성장과 건전성 관리’라는 보고서에서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자금조달을 채권 발행, 차입 등에 의존하고 있어 조달비용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 8월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내년부터는 법정 최고금리도 27.9%에서 24%로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카드업계는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신용ㆍ저소득 차주 비중이 높아 금리가 오르면 빚을 못 갚는 경우도 늘어 금융사 건전성이 낮아질 우려도 높습니다. 한 카드사 직원은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최고금리 인하, 연체금리 인하, 가맹점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걱정합니다.

보험사들은 어떨까요. 보험업계는 대체적으로 금리상승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로 굳이 따지자면 생보사 쪽의 수익 개선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데요. 과거 90년대에 생보사들은 고금리 확정형 상품들을 많이 팔았습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사이의 역마진도 줄어들겠죠.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그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성과를 나눠주는 상품입니다. 변액보험은 현재 수익률이 판매시점의 예정이율보다 낮더라도 보험사건(사망 등)이 발생하면 보험사는 예정이율이 적용된 보험금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변액보험을 판매한 시점의 예정이율보다 현재 투자수익률이 낮을 경우 그 차액만큼을 보증준비금으로 적립합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생명보험, 손해보험 모두 이익개선을 보일 전망”이라며 “변액보험 점유율이 높고 과거 고금리 확정 금리 저축성보험 판매가 많았던 생명보험사의 수혜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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