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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SNS 도박 유혹… 초등생까지 낚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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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SNS 도박 유혹… 초등생까지 낚인다

입력
2015.07.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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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호기심 이용 "용돈벌이" 미끼

모집책, 가입자 판돈 20~30% 챙겨

청소년 도박은 통계 안 잡히는 데다 경찰도 실적 포함 안돼 단속 무관심

모바일 불법 도박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 불법 도박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한 초등학교 6학년생 A(12)군은 얼마 전 옆 반 친구에게서 “게임도 하고 용돈벌이까지 하는 일이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곧 친구가 일러 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가입하자 순식간에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주소 수십 개가 올라왔다. 이후 온라인 도박에 빠진 A군은 수업시간에도 교사의 눈을 피해 게임을 즐기다 용돈이 바닥 났고, 어머니 지갑에까지 손을 댔다. 이 사실을 안 부모가 휴대폰을 압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그는 결국 가출을 감행했다.

SNS 메신저가 대중화하면서 10대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사이트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도박 업체들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SNS를 적극 활용해 유혹하는 탓에 초등학생조차 도박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불법 도박사이트가 청소년을 ‘낚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집책들은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자신의 SNS 아이디를 올리고 ‘재미 있는 용돈벌이를 알려 주겠다’며 미끼를 던진다. 10대들이 호기심에 메시지를 보내오면 ‘추천인 코드’를 알려준 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도박사이트를 소개하는 식이다. 새 가입자의 판돈 20~30%를 모집책이 챙기는 다단계 구조도 성인 도박사이트를 빼 닮았다.

하지만 청소년 도박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12년 광주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중ㆍ고생 2,000명을 상대로 도박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무려 1,460명(73.0%)이 온라인 도박을 한 번이라도 해 본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게임도박 중독 증세를 보인 응답자도 11.4%(228명)나 됐다.

SNS 바람을 타고 불법 도박사이트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요구를 내린 도박사이트 적발 건수를 보면 2012년 2만8,800건에서 2013년 3만5,899건, 지난해 4만5,800건으로 폭증세를 보였다. 방심위 관계자는 “시정요구에는 강제력이 없어 실제 사이트 폐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도박사이트 수 만개가 활개치는 상황에서 경쟁도 치열해져 청소년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ㆍ예방 책임이 있는 수사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은 4월 말 일선 경찰서에 ‘5대 악성 사이버범죄 특별 단속 평가 계획’이라는 내부 지침을 내려 보냈다. 지침에는 도박 행위자에 대한 수사 실적 조건을 ▦판돈 1,000만원 이상일 경우 ▦행위자가 19세 이상일 경우 ▦전과가 있을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 미성년자는 잡아봐야 실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선서 사이버팀의 한 경찰은 “청소년 도박은 중독되기 전에 사전 적발을 통해 예방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데 실적에도 포함시키지 않으면 관심을 기울일 경찰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도박 중독이 늘자 관련 기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지난 달부터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안상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홍보사업과장은 “청소년들의 도박 상담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공모전을 기획했다”며 “아직 실태가 드러나지 않은 청소년 도박 현황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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