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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돈줄 잠그는데... 인터넷은행 한달에 1조씩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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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돈줄 잠그는데... 인터넷은행 한달에 1조씩 풀어

입력
2017.11.10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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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은행 신용대출 절반 이상이

케이뱅크ㆍ카카오뱅크에서 나가

정부, 가계부채 줄이기 기조 속

“은행들과 같은 잣대 적용 어렵고

그렇다고 방치도 못하고…” 딜레마

정부의 전방위 압박으로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주요 시중은행들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은 다달이 1조원 넘게 폭증하고 있어 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시중 은행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특별점검까지 벌이고 있지만 출범한 지 얼마 안돼 덩치 키우기에 바쁜 인터넷은행엔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 가계부채가 인터넷은행을 통해 계속 늘어나는 것을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9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8~10월)간 인터넷은행 2곳의 신용대출은 다달이 평균 1조330억원씩 늘었다. 지난 7월만 해도 전달대비 신용대출 증가 규모가 3,900억원 수준이었지만, 카카오뱅크의 본격 가세로 8월부턴 1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19곳의 신용대출은 매달 평균 2조600억원씩,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은 6조원씩 늘었다. 이에 견줘보면 전체 시중은행에서 나간 신용대출의 절반 이상, 가계대출은 17%가 인터넷은행 2곳에서 나간 셈이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빚 증가 규모가 5개월 만에 최고치인 10조원을 기록한 것도 인터넷은행이 본격 영업에 나서면서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세가 확 커졌기 때문이란 게 당국의 분석이다.

최근 가계부채 줄이기에 혈안이 된 당국의 철통 감시 속에서도 인터넷은행이 신용대출 영업에 열을 올릴 수 있었던 건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배려 덕분이다. 당국은 8ㆍ2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후 시중은행들을 불러 줄어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메우기 위한 편법 신용대출에 나서지 말라며 엄포를 놨다. 그러나 같은 1금융권인 인터넷은행은 간담회에 부르지 않았다. 이후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을 확 줄였지만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100일 만에 3조3,900억원의 신용대출 실적을 올렸다.

업계에선 당국의 정책이 모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의 가계빚 대책이 대출심사를 철저히 해 무분별한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인터넷은행이야말로 빠르고 쉬운 대출을 내세우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다른 금융권 대출에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아 가계빚 총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의 메기 역할을 하려면 덩치를 더 키워야 하는 만큼 대출 증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경우 증자로 자본금을 8,000억원과 3,500억원으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주요 시중은행 4곳의 평균 자본금(4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자리잡으려면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무턱대고 규제하긴 어렵다”며 “다만 대출심사를 제대로 하는지 더 정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인터넷은행 신용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긴 하지만 단기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 당국도 챙겨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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