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주ㆍ안철수 대구 집회서
“야당이 뭐하나” 야유 받기도
성난 ‘230만 촛불민심’이 여당뿐 아니라 대안세력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 야권 대선주자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 대표는 3일 촛불집회에서 민심의 심한 질책을 받았다. 촛불시위 현장 곳곳에서 야당 정치인들을 향해 ‘야당이 뭐하고 있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문 전 대표는 3일 광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 자유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이 ‘탄핵 표결 연기’를 이유로 정치인의 발언을 제한하면서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는 대신 시민들의 잇따른 요청에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회자와의 인터뷰로 인사를 전해야 했다. 문 전 대표는 “2일 야3당이 약속했던 탄핵안 의결을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만약 국회가 탄핵을 포기한다면 이제는 촛불이 국회를 함께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의 촛불집회를 찾은 안 전 대표 역시 일부 시민들이 한때 ‘나가라’ ‘빠져라 등의 야유를 보내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탄핵안의 ‘1일 발의- 2일 표결’을 거부한 것을 놓고 항의가 거셌다. 사회자는 안 전 대표를 향해 “광장의 주인은 안 의원이 아니라 대구 시민이다”며 “국민의당은 흔들리지 말고 박근혜를 탄핵하라”고 요구했다. 안 전 대표는 쏟아지는 질타에도 이날 집회가 끝날 때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지금의 탄핵정국은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시험대’가 되고 있다. 탄핵을 추진할 리더십과 이후 국정수습을 위한 수권능력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두 가지 과제 앞에 서 있다. 더구나 조기 대선을 앞둔 대권주자들에게 촛불민심의 경고는 뼈 아픈 게 사실이다. 문 전 대표 측은 “가장 큰 책임은 새누리당이 지더라도 야당 역시 탄핵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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