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인종 차별 뿌리 뽑아야" 역설
7일 낮 미국 앨라배마 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50년 전인 1965년 3월7일, 백인 경찰의 곤봉에 맞아 수 십 명이 부상 당해 ‘피의 일요일’로 불렸지만, 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불을 댕긴 장소에 4만여명이 다시 모였다. 미국을 변화시킨 그 날을 기념하려고 모인 군중들 맨 앞에는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가족도 함께 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200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8년 만에 다시 찾은 그는 40분간 이어진 연설을 50년전 ‘셀마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그는 “정당한 미국을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이 승리를 거뒀고, 이 사건이 미국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완전한 평등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지난 50년간 많이 달라졌지만, 미주리 주 퍼거슨 사건에서 보듯 인종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셀마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ㆍ사법 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위해 적용돼야 한다며 인종 차별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후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미셸 여사 및 두 딸의 손을 잡고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흑인 인권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참가자들과 함께 앨라배마 강을 건넜다.
셀마는 킹 목사 등이 50년전 앨라배마 주도(州都) 몽고메리까지 87㎞를 평화롭게 걸어간 ‘셀마-몽고메리’ 행진의 출발점이다. 당시 참가자 600명은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서 무자비한 진압을 당했다. 이틀 후인 3월9일에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폭력으로 인권운동가 제임스 리브가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미 전역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린든 존슨 대통령은 군 병력을 보내 평화 행진을 지켜줬고, 그해 8월에는 흑인 참정권을 인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상ㆍ하원에서 100여명 의원도 참석했다. 공화당 소속도 20명이 넘었지만,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대선주자 등 공화당 거물 정치인 대부분은 아이오와 주 행사를 이유로 불참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도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셀마 행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뉴욕 브루클린 다리에서도 열렸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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