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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롤스로이스 신형 팬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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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롤스로이스 신형 팬텀을 보았다

입력
2017.07.2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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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열린 '클로즈드 룸' 행사에서 VIP를 대상으로 공개된 롤스로이스 신형 팬텀. 사진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도쿄에서 열린 '클로즈드 룸' 행사에서 VIP를 대상으로 공개된 롤스로이스 신형 팬텀. 사진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롤스로이스 신형 팬텀이 지난 27일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미드타운 컨벤션 홀에서 VIP 고객들과 기자단에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한국일보 모클팀만 유일하게 참가했다. 고급 세단의 최고봉답게 행사 자체도 은밀하게 진행됐다. 이번에 공개된 팬텀의 역사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세대를 맞이한 팬텀은 롤스로이스 최상급 모델로, 운전사를 두는 ‘쇼퍼(chauffeur)드리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차다.

신형 팬텀을 보러 홀로 들어가기 전 삼엄한 보안 검사가 진행됐다. 이유인즉슨 롤스로이스의 고향인 영국 런던에서 27일(현지 시각)에 세계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상하이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사진이 유출된 것 또한 철통같은 경비의 이유였을 것이다.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 렌즈가 있는 모든 전자 기기가 수거됐다. 입구에서는 보안 요원들이 스캐너를 써서 혹시 모를 촬영 기기를 훑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을 품고 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가는 스릴이란!

행사장 입구에는 팬텀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포토월이 전시돼 있었다. 역사와 전통은 럭셔리 브랜드의 필수 조건이다. 사진=조두현 기자
행사장 입구에는 팬텀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포토월이 전시돼 있었다. 역사와 전통은 럭셔리 브랜드의 필수 조건이다. 사진=조두현 기자

방 한가운데 팬텀의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릴 위 롤스로이스 고유의 ‘환희의 여신상’에 조명이 비치면서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늘, 내일이 됐다(Today, became tomorrow).”라는 멘트와 함께 베일에 감춰졌던 웅장한 자태가 공개된 순간, 여기저기서 나직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하나의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조명을 받고 눈앞에 서 있었다. 금속 패널 사이 틈새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차체는 최신형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옆에 있던 프로덕트 매니저가 귀띔해주었다. “이번 팬텀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알루미늄 섀시입니다. 우리는 차대마저 고객의 요구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비스포크의 끝을 실현했지요. 그래서 변형하기 쉽고 강성이 높은 알루미늄을 선택했습니다. 강성도 7세대보다 30% 나아졌습니다.”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판테온 그릴은 최초로 차체와 통합됐다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판테온 그릴은 최초로 차체와 통합됐다

부식 방지와 내구력 때문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판테온 그릴은 지난해 BMW 그룹의 ‘비전 넥스트 100’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103EX처럼 롤스로이스 최초로 차체와 통합됐다. 크기도 전 세대 보다 커졌다. 이로 인해 ‘환희의 여신상’의 자리도 1인치 올라갔다는 후문. 그릴의 양쪽에서 시작된 메탈 스트립은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앞 유리창까지 흐르는데, 이 곡선은 후면부에서 다시금 나타나 수미쌍관을 이룬다. 헤드램프는 가시거리 600m까지 빛을 비출 수 있는 레이저 라이트가 적용됐다.

신형 팬텀의 디자이너 얀 로젠탈의 설명을 들으며 옆으로 이동했다. 그릴 위에서 시작한 라인이 후방 도어 핸들 뒤쪽까지 이어지다 희미해지는 흐름은 멈춰 있어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안겨 주었다. 2:1의 차체와 휠 높이 비율, 긴 보닛,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대비되는 긴 리어 오버행 등의 팬텀의 DNA는 그대로 유지됐다. 가장 인상적인 건 뒷모습.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으로 감싼 뒷유리창부터 시작된 라인은 은은하게 빛나는 후미등까지 유려하게 이어졌다. 어찌나 매혹적이던지 그 ‘곡선의 미학’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하나의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뒷범퍼 또한 접합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리어 램프 가운데에는 ‘RR’ 로고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신형 팬텀을 디자인한 얀 로젠탈
신형 팬텀을 디자인한 얀 로젠탈

얀 로젠탈은 “이번 팬텀을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자동차’로 만들기 위해 많은 기술을 넣었다”고 말했다. 6㎜ 두께의 이중 유리창을 썼고 곳곳에 흡음재를 130㎏이나 집어넣었다. 바닥 공간은 바깥 차체와 뼈대를 하나로 결합한 이중벽 구조로 만들었고, 소리를 흡수하도록 공간 프레임을 격벽 구조로 만들어 노면 소음을 줄였다. 잡음을 최대한 잡기 위해 이중벽 사이에 펠트 등의 소재를 추가했는데, 얀은 이를 두고 자동차에 최초로 시도한 방음 구조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롤스로이스는 주행소음 감소를 위해 콘티넨탈과 함께 소음을 최소화한 ‘사일런트 실(Silent-Seal)’ 타이어를 공동 개발해 전체 타이어 소음을 9㏈ 감소시켰다. 총 104번의 테스트를 거친 타이어 안에는 특수한 젤리가 들어 있어 소음을 줄이는데, 타이어 손상(최대 5㎜까지)이 발생되면 그 부위에 젤리가 스며들어 펑크를 방지한다. 런플랫 타이어 역할이지만 승차감과 소음에서 자유로워진 셈이다. 타이어 크기는 21인치와 22인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속 100㎞의 속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이전보다 10% 줄었다고 한다.

뒤쪽으로 날씬하고 유려하게 떨어지는 곡선을 한참 바라보았다
뒤쪽으로 날씬하고 유려하게 떨어지는 곡선을 한참 바라보았다

관람자들의 감탄은 실내를 들여다보면서 극에 달했다. 네 개의 문은 도어 핸들에 달린 버튼으로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얀 로젠탈의 말에 따르면 문을 닫을 때조차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코치 도어가 열린 뒷자리에 잠시 앉아 보았다. 센터 콘솔엔 샴페인이 시원하게 보관돼 있었고, ‘RR’ 글자가 새겨진 위스키 보틀도 있었다. 각각의 술에 어울리는 잔도 얌전하게 담겨 있었다.

뒷좌석 센터콘솔엔 샴페인과 위스키 병, 잔이 들어있다. 이동 가능한 럭셔리 사교의 공간이란 바로 이런 것
뒷좌석 센터콘솔엔 샴페인과 위스키 병, 잔이 들어있다. 이동 가능한 럭셔리 사교의 공간이란 바로 이런 것

천장에는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가 하늘의 별처럼 수놓아져 있었고, 도어 트림의 캐나들 패널에는 은은한 광택이 흘렀다. 발아래에는 당장에라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촉감을 느끼고 싶은 푹신한 양털 매트가 깔려 있었다. 매트는 버튼으로 원하는 만큼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고, 시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버튼은 금속 소재로 마감됐고, 센터 콘솔에 달린 ‘환희의 여신상’ 로터리 컨트롤러는 가죽으로 덮였다. 시트뿐만 아니라 손과 팔이 닿을 만한 모든 부분에 열선이 들어갔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코치 도어에 서 있던 사람만 아니었으면 정말이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엉덩이를 떼고 싶지 않았다. 팬텀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왠지 모를 자신감과 도전 정신이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팬텀의 대시보드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다
팬텀의 대시보드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다

하이라이트는 ‘더 갤러리’라고 부르는 대시보드. 팬텀의 대시보드는 예술 작품을 담아내는 캔버스에 가깝다. 예술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주문자가 원하는 작품을 파노라마처럼 길게 펼쳐진 비니어에 담아 강화유리로 보호한다. 요구에 따라 유화, 보석, 아날로그 시계도 넣을 수 있다. 팬텀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예술적인 안목과 취향도 뚜렷해야 한다. 팬텀은 ‘움직이는 예술품’을 테마로 제작한 자동차다.

운전석에도 잠시 앉아보았다. 스티어링휠의 두께가 전보다 굵어졌다. 고스트나 레이스의 것과 그립감이 비슷하다. 팬텀의 스티어링휠 두께는 전통적으로 가늘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너무 가늘다 보니 열선을 넣을 수 없었던 것. 롤스로이스가 고객의 요구를 무시했던 적이 있었던가? 결국 열선을 넣기 위해 스티어링휠의 두께를 아주 약간 키웠다.

롤스로이스의 운전대는 아래를 살짝 잡는 것으로 충분하다
롤스로이스의 운전대는 아래를 살짝 잡는 것으로 충분하다

백미는 파워트레인이다. 보닛을 들추자 기존의 자연 흡기 엔진과는 결별한 V12 6.75ℓ 트윈 터보 엔진이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롤스로이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인 김다윗 매니저는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팬텀 역시 터보차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배기량은 팬텀의 전통과도 같은 6.75ℓ를 맞췄지요”라고 말했다. 참고로 고스트의 배기량은 6.6ℓ다. 신형 팬텀의 엔진은 1,700rpm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92㎏·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엔진 회전수 같은 숫자는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파워 리저브’를 통해 끌어낼 수 있는 힘의 남은 양을 표시해준다.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쓸 수 있는 힘은 언제나 충분히 남아 있다. 여유는 롤스로이스가 지향하는 럭셔리의 가치 중 하나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563마력이다. ZF가 만든 8단 자동변속기와 위성 항법 변속 시스템이 결합했다.

초대된 VIP들은 이곳에서 팬텀을 천천히 둘러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대된 VIP들은 이곳에서 팬텀을 천천히 둘러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일본에서만 50대의 팬텀이 계약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일본에서 최초로 행사가 열린 이유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신형 팬텀을 보지도 않은 채 미리 계약한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예상을 넘어선 주문량으로 1년 동안의 팬텀 생산 계획이 꽉 찼다. 지금 주문하면 내년 하반기에나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가을에 출시될 예정이다.

도쿄=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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