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신흥사 설법전서 영결식
불교계ㆍ각계 인사 마지막 길 배웅
“산중 주인 잃어 삼라만상이 슬퍼”
이 시대 마지막 ‘무애(無碍)도인’ 무산 스님의 영결식이 30일 설악산 신흥사 설법전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봉행됐다.
오전 10시 명종, 삼귀 의례, 영결법요, 헌다ㆍ헌향, 행장 소개로 시작된 영결식은 영결사와 법어, 추도사, 조사, 조시 등으로 이어졌다. 조오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시처럼 스님은 이날 세계를 영원히 벗어나는 ‘적멸(寂滅)’의 길로 떠났다.
화암사 회주 정휴 스님은 “스님이 남긴 공적은 수미산처럼 높고, 항하의 모래처럼 많지만, 정작 스님께서는 그 공덕을 한번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수행자의 하심(下心)을 보여주셨다”며 평생 도반(道伴)을 떠나 보냈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은 영결사에서 “지난밤 설악산이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들었다. 계곡 물도 울먹이며 지나갔고 새들도 길을 잃고 슬픔을 참지 못해 우는 것을 보았다”며 “삼라만상이 무릎을 꿇고 슬퍼하는 것은 이 산중의 주인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애도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불자, 각계각층 인사가 참석해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무산 스님은 지난 26일 신흥사에서 세수 87세, 승납 60세로 입적했다. 고인은 불교신문 주필을 비롯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다. 2016년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특히 1968년 등단한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이자 한글 선시의 개척자로 꼽힌다. 시조집 ‘심우도’와 ‘아득한 성자’ 등을 펴냈다. 만해 한용운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하고 만해대상, 만해축전을 개최하는 등 포교 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불교계에서 ‘설악산 호랑이’와 ‘강원도의 큰 어른’으로 불렸던 스님은 정치권과 문화계, 사찰 인근 지역 주민까지 이념과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와 거리낌 없이 인연을 쌓았다.
영결식을 마친 스님의 법구는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인 고성 금강산 건봉사로 이동해 다비식을 치른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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