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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한번에 받아 쓰고 국민ㆍ기초연금도 쥐꼬리 ‘깜깜한 노후’

입력
2018.08.21 04:40
수정
2018.08.21 09: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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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만 다층체계 연금 

 국민연금 수급 가능자 53% 뿐 

 기초연금, 감액 등으로 들쭉날쭉 

 퇴직연금 98% 일시 수령 ‘막막’ 

 

 #종합적 논의기구 필요 

 기초연금 조정해 소득대체율 보완 

 퇴직연금 의무화 등 통해 

 노후보장의 한축 담당해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신창(78)씨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20년 가까이 다닌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당시 57세였던 이씨는 퇴직금(1억2,000만원)과 명예퇴직금(2억500만원)을 넉넉히 받았고 재취업도 할 계획이어서 노후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 말에 속아 퇴직금 전액과 아파트 담보 대출금을 투자했다가 전부 사기를 당했고, 월셋집을 얻기 위해 3년 후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까지 해지해야 했다. 노후자금인 퇴직금과 국민연금을 한꺼번에 모두 잃을 뻔 한 이씨는 다행히 장인의 도움으로 국민연금에 재가입했다.

현재 이씨(67만원)와 부인(76세ㆍ18만원)이 받는 국민연금 연금액은 85만원. 2008년부터 받게 된 기초연금(각각 13만원)까지 합하면 매달 총 111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만성신부전증과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어 의료비가 많이 드는 이씨에게 두 연금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때때로 자녀들의 도움도 받는다. 이씨가 경제활동을 할 때는 퇴직연금제도가 없었고, 노인이 된 지금도 다층노후보장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후자금을 미리 안정적으로 준비해 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는 3가지 연금제도를 만들었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했고 2005년엔 한번에 목돈으로 가져가는 퇴직금 대신 다달이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08년엔 국민연금의 낮은 연금액과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소득하위 70% 이하 65세 노인들에게 매월 10만원씩(현재 20만원) 주는 기초연금 제도를 시행했다.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노인들의 생활을 탄탄히 보장하기 위해 여러 층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겉으로만 다층체계, 속은 구멍 숭숭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외형적으로는 다층체계가 완성됐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아직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다층노후보장체계의 중심축인 국민연금은 사각지대가 너무 넓은데다 연금액이 적다. 올해 국민연금 가입대상자는 총 3,099만명이지만 실제 가입자는 2,141만명(69%)이고, 가입자 중에서도 장기체납자 등을 빼면 노후에 실제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671만명(53%) 정도다. 현재 수급자들은 가입기간도 짧아서 월 평균 연금액이 38만원에 그친다. 소득대체율 45%냐 40%냐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 자체만으로 노후를 버티기가 쉽지는 않다.

기초연금 역시 각종 감액제도 등으로 월 평균 연금액은 18만4,000원이다. 또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할지, 저소득층엔 연금액을 올리지 등 장기 운영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다. 국민연금액이 일정액(2017년 30만9,000원) 이상이면 기초연금을 깎는 제도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자를 차별하고 가입 유인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계속 나온다.

퇴직연금은 아직 연금 기능이 미미하다. 기업들이 퇴직금과 퇴직연금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전체 상용근로자의 53.4%만 가입돼 있는데다 대부분 대기업 근로자들이다. 게다가 연금 수급 요건 갖춘 퇴직자 중 98.4%(2016년 상반기)가 일시금으로 급여를 받아갔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다층체계 안에서 국민연금 개혁방안 찾아야 

전문가들은 3개 연금의 ‘구멍’을 메우는 동시에 상호보완적인 다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 개혁 방향 역시 이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만 개혁한다고 전체 국민들의 노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방향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선 관건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 어느 쪽의 역할을 좀더 강화할 것인지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하고 기초연금을 30만원 지급하면 노인들이 생애 평균 소득의 약 45%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선진국의 연금개혁 수준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더 낮춰도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개혁하더라도 중상위층 50%가 20년 후에 혜택을 받지만, 기초연금은 현재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들에게 즉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만, 미래세대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은 국회에 장기 계류중인 의무화법이 통과돼야 노후 보장의 한 축으로 기능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시금으로 받아가는 비율을 어떻게 줄이느냐도 관건이다.

다층체계가 제대로 구축이 돼야 세대간 형평성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기초연금은 오롯이 당해 세대의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노인비율이 높아지는 미래세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퇴직연금은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다. 현재세대보다 미래세대 부담이 더 큰 국민연금도 이번 개혁을 통해 현재세대의 부담을 다소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세대간 갈등도 일부분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별로 쪼개져 있는 연금 제도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정 부처를 넘어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의 역할 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후소득보장위원회’(가칭) 등의 논의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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