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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문재인 작심 비판, ‘앵그리 안희정’이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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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문재인 작심 비판, ‘앵그리 안희정’이 된 까닭은

입력
2017.03.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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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정치적 소신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정치적 소신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던 안희정이 폭발했다.

22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 북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상대방을 질리게 하는 태도로는 집권세력이 될 수 없고,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는 격한 표현까지 쓰면서다.

“형제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문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해왔고, 경선 토론회 현장에서 여타 후보들끼리 얼굴을 붉히며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마다 “동지끼리 예의를 지키자”며 통합을 외쳤던 그였다.

‘충남 순둥이’라 불릴 만큼 격한 감정을 자제해왔던 안 지사는 왜 그토록 화가 났을까. 안 지사와 가까운 의원들과 캠프 관계자들은 “순간적으로 감정에 휩쓸린 격정 토로가 아니라, 수개월간 묵힌 작심 직언이었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앵그리 안희정’을 촉발시킨 계기는 전날 열린 MBC 토론회장에서 문 전 대표가 안 지사를 겨냥해 ‘네거티브 책임론’을 재차 꺼내 들면서다.

앞서 ‘반란군 우두머리였던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양측 캠프가 이틀간 세게 붙은 상태였다. 안 지사 캠프가 먼저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그게 자랑일 수 없다. 광주 시민에게 사과하라”고 비판의 물꼬를 트며 선봉에 서자, 문재인 캠프 인사들은 곧바로 “네거티브를 중단하라”거나 “안희정이 바뀌었다”고 대대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후 문 전 대표까지 “나를 향한 모욕”이라고 맞받으며 두 캠프간의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안 지사는 의원멘토단에게 “아름답고 품격 있는 경선을 만들겠다.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다독였다. 확전을 자제할 것을 독려하며 문 전 대표 측에도 일종의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토론회에서 안 지사에게 재차 “혹시라도 네거티브 속삭이는 분 있다면 정말로 멀리하거나 단속하셔야 한다”는 등 네거티브 중단 요구를 거듭 하며 안 지사를 몰아붙이자 끝내 발끈한 것이다. 토론회를 끝마치고 충남 홍성 관저로 돌아오던 안 지사에게 문 전 대표는 또 한번 ‘확인 사살’을 했다. 문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선한 정치 이미지에 오점이 남지 않길 바란다”고 또 한번 안 지사를 겨냥하면서다.

안 지사는 이 순간 문 전 대표에게 크게 실망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선 혼자 고심 끝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이 전하는 ‘앵그리 안희정’ 사건의 전말이다. 캠프 인사들은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분위기다.

이날 전북을 찾은 안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서운함이 컸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안 지사는 “지난 두 달 동안 제 고의와 상관 없이 너무 오래 동안 두드려 맞고, 제 인생을 부정 당해서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며 “제가 그리 혼날 일이 아닌데, 소신 없고 무원칙한 사람으로 공격을 당했다”고 문 전 대표 측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안 지사는 “싸우자는 얘기가 아니라, ‘나도 이리 서운하다. 그러니 정책 대결 위해 힘 모으고 가자, 같은 당 동지로서 동지애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감정적 서운함의 문제를 넘어선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 저변에는 문 전 대표의 부족한 포용의 리더십과 문 전 대표 주변의 패권주의에 대해 켜켜이 쌓아 놓았던 불만과 함께, 이대로 가서는 결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선한 의지와 대연정 발언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문 전 대표와 문재인 캠프의 공격은 같은 당 후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도를 넘었다. 자기들이 하면 검증이고 우리가 하면 네거티브라고 무조건 힘으로 몰아치려는 그 오만함이 문제라는 것이다”고 문재인 캠프의 패권주의를 정면 겨냥했다.

안 지사와 안 지사 캠프 인사들은 함께 정치를 했던, 누구보다 안희정의 ‘야성’을 잘 아는 문 전 대표와 캠프 사람들이 “새누리당과 야합을 하려 든다”는 등 안 지사의 정체성을 공격하고 몰아붙이는 데 대해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꾹 참았다가 한마디 ‘지적’을 했더니 네거티브로 되받게 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안희정 조차 품지 못하면서 어떻게 통합을 외칠 수 있냐”며 “안지사의 고민은 문재인을 이기느냐 보다, 우리가 정말 정권교체를 못할 수도 있다는 거다. 문 전 대표가 본선에 나가서 비문 후보한테 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안 지사 측 캠프에선 한발 더 나아가 문 전 대표가 30% 대 지지율이 흔들리자 전두환 표창 논란을, 네거티브 책임론 공방으로 돌리려 한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캠프에선 “문재인 캠프가 안희정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일부러 싸움을 걸었다” “안희정을 제물로 바치려고 작정하고 나온 것” “문 전 대표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양측 캠프는 그럼에도 확전은 자제했다. 두 사람은 공히 “우리끼리 한 팀이 돼야 한다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서 안 된다”(문재인)거나 “물론 우리는 한 팀이다. 민주당과, 국가 국민 이름으로 단결 시키고 정책으로 우리가 더 대화하고 단결하자는 마음은 똑같다”(안희정)고 뒤늦게 봉합에 나섰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미 “두 사람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거나 “상처가 커 새 살이 돋기 어려울 것이다”는 얘기 마저 나온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선한 의지’를 갖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둘 다 죽는 경쟁이 아니라 둘 다 사는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 가장 웃고 있을 사람은 안철수가 아니겠냐”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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