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창 사이로 1500만원 받고
사건담당 검사에 무마 청탁 의혹
“빌린 돈… 모두 갚아” 해명 불구
차명계좌 이용 등 석연찮은 구석
대검, 4개월 前 비위 보고받고도
“공여자 주장 불명확” 뒤늦게 감찰
피의자 “부장 검사 스폰서 역할
술자리에 다른 검사들도 있었다”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업가와 부적절한 돈 거래를 하고 수사팀에 수사 무마 청탁을 한 혐의로 대검찰청에서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장검사의 스폰서라고 주장하는 이 사업가는 다른 검사들에게도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혀 감찰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스폰서 검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검찰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60억원대 사기ㆍ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게임개발 및 전자제품 유통업체 J사 실소유주 김모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분야 수사 전문가 김모(46) 부장검사를 3일 불러 조사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2~3월 고교 동창인 김씨로부터 자신의 친구이자 검찰 출신 변호사인 박모씨의 아내 계좌로 1,000만원을, 한 술집 종업원 계좌로 500만원을 받았다. 6월에는 김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소속 박모 검사와 그의 상관인 부장검사를 만나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감찰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는 돈을 전달 받은 박 변호사의 아내 계좌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술값 500만원과 부친 병원비 1,000만원을 빌린 것은 맞지만 모두 갚았고, 김씨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 금융거래였다고 해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사건무마 청탁을 위해 서울서부지검 검사들과 만나 식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금융수사 특성상 일선 검찰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해 식사한 것일 뿐 사건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돈을 빌리는 데에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던 김씨는 이날 오후 3시30분 강원 원주 외곽의 한 오토캠핑장 내 찜질방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서울로 압송돼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들에게 “1,500만원을 돌려 받은 적이 없고, 김 부장검사가 돈을 사용한 용도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내 사건에 대해 청탁한 게 아니라 김 부장검사가 자신의 비위를 감추기 위해 ‘이렇게 진술했으면 좋겠다’고 내게 요청했다”며 사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또 “지속적으로 김 부장검사의 술 접대와 관련해 스폰서 역할을 했으며, 술 자리에는 다른 검사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김 부장검사에게 건넨 1,500만원의 성격과 변제 여부, 추가 금품제공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감찰본부는 김씨의 의혹 제기에 따라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는지, 수사무마 청탁을 했는지, 수사팀이 김 부장검사를 비호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비위 혐의가 밝혀지면 상응하는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이 지난 5월에 부장검사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도 4개월이 지나서야 감찰에 착수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5월 감찰본부에 보고한 뒤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공여자인 김씨 주장이 일관되지 않아 김 부장검사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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