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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가 비위 감추려 허위진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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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가 비위 감추려 허위진술 요구했다”

입력
2016.09.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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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동창 사이로 1500만원 받고

사건담당 검사에 무마 청탁 의혹

“빌린 돈… 모두 갚아” 해명 불구

차명계좌 이용 등 석연찮은 구석

대검, 4개월 前 비위 보고받고도

“공여자 주장 불명확” 뒤늦게 감찰

피의자 “부장 검사 스폰서 역할

술자리에 다른 검사들도 있었다”

1 한국일보 자료사진
1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업가와 부적절한 돈 거래를 하고 수사팀에 수사 무마 청탁을 한 혐의로 대검찰청에서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장검사의 스폰서라고 주장하는 이 사업가는 다른 검사들에게도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혀 감찰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스폰서 검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검찰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60억원대 사기ㆍ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게임개발 및 전자제품 유통업체 J사 실소유주 김모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분야 수사 전문가 김모(46) 부장검사를 3일 불러 조사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2~3월 고교 동창인 김씨로부터 자신의 친구이자 검찰 출신 변호사인 박모씨의 아내 계좌로 1,000만원을, 한 술집 종업원 계좌로 500만원을 받았다. 6월에는 김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소속 박모 검사와 그의 상관인 부장검사를 만나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의 사건 무마 청탁 대가로 현직 부장검사에게 1,5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사업가 김모씨가 5일 오후 회삿돈 횡령 혐의로 체포돼 서울서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사건 무마 청탁 대가로 현직 부장검사에게 1,5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사업가 김모씨가 5일 오후 회삿돈 횡령 혐의로 체포돼 서울서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감찰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는 돈을 전달 받은 박 변호사의 아내 계좌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술값 500만원과 부친 병원비 1,000만원을 빌린 것은 맞지만 모두 갚았고, 김씨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 금융거래였다고 해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사건무마 청탁을 위해 서울서부지검 검사들과 만나 식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금융수사 특성상 일선 검찰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해 식사한 것일 뿐 사건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돈을 빌리는 데에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던 김씨는 이날 오후 3시30분 강원 원주 외곽의 한 오토캠핑장 내 찜질방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서울로 압송돼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들에게 “1,500만원을 돌려 받은 적이 없고, 김 부장검사가 돈을 사용한 용도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내 사건에 대해 청탁한 게 아니라 김 부장검사가 자신의 비위를 감추기 위해 ‘이렇게 진술했으면 좋겠다’고 내게 요청했다”며 사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또 “지속적으로 김 부장검사의 술 접대와 관련해 스폰서 역할을 했으며, 술 자리에는 다른 검사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김 부장검사에게 건넨 1,500만원의 성격과 변제 여부, 추가 금품제공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감찰본부는 김씨의 의혹 제기에 따라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는지, 수사무마 청탁을 했는지, 수사팀이 김 부장검사를 비호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비위 혐의가 밝혀지면 상응하는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이 지난 5월에 부장검사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도 4개월이 지나서야 감찰에 착수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5월 감찰본부에 보고한 뒤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공여자인 김씨 주장이 일관되지 않아 김 부장검사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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