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구 메시지 적어 이메일로 전송
김무성ㆍ김진태 등 與 의원에 집중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시민들은 촛불을 드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탄핵 청원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익명의 시민 4명이 2일 개설한 ‘박근핵닷컴(parkgeunhack.com)’ 사이트에는 이틀 만에 벌써 70만여명(4일 현재)이 청원을 냈다.
시민들이 전하는 탄핵 청원 메시지는 무거운 명령과 격려를 넘나들고 있다. ‘불명예로 남고 싶지 않으면 탄핵하라’ ‘서민을 위한 의원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등 다양하다. 탄핵안 가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여당 의원들에게 청원이 쏠린 점도 특징이다. 현재 가장 많은 탄핵 청원을 받은 인물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으로 3만8,000건을 넘어섰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같은 당 김진태 의원과 나경원, 유승민 등 비박(非朴)계 의원들에게도 1만건 가까운 민심의 요구가 쏟아졌다.
온라인 청원이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까닭은 참여 방법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검색해 선택하고 청원자가 이름과 짧은 메시지를 적어 넣으면 해당 의원 이메일로 내용이 전송되는 식이다. 시민 김순배(67)씨는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를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했다”며 “손녀가 청원 코너를 알려주자마자 바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탄핵 표심에 대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점도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청원 메일을 받은 의원들은 탄핵 찬반 의사를 예ㆍ아니오 버튼을 눌러 공개할 수 있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의견을 표명한 의원은 116명에 달한다. 직장인 유모(26)씨는 “사이트에서 지역구 의원이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나 곧장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ㆍ사회단체나 개인들도 여러 방식으로 탄핵 청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포털 플랫폼을 이용한 청원 서명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의견을 모아 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구글 설문조사 방식으로 탄핵 촉구 서명을 받고 있는 박근혜탄핵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시민 3만5,000명의 서명을 새누리당에 전달해 빠른 탄핵안 처리를 요구했다”며 “9일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각 당에 청원서를 추가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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