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내가 200만원 받을 군번이냐”
“의상실 CCTV 단 고씨 엄벌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1)씨가 인천본부세관장 인사개입 관련 고영태(41)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고씨 변호인과 설전을 벌였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아니라 (고씨에 의한) 국정기획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가 13일 심리한 고씨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고씨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 도중 “류상영(전 더블루K 부장)이 국정농단 관련 진행되는 일을 증인에게 보고한 게 맞냐”고 묻자 갑자기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국정 기획을 이 사람(고영태)들이 한 거고, 저도 완전 당한 사람”이라며 격한 감정을 보였다. 변호인이 “증인과 관련된 사건”이라고 지칭하기로 한 뒤에야 재판이 진행됐다.
최씨는 거침이 없었다. 고씨를 통해 청와대에 추천한 인천세관본부장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200만원 받을 군번입니까” 반문했다. 당시 자신에게는 경제력이 많았다고도 부연했다. 또 지난해 10월 25일 류상영 전 부장과 독일에서 자주 통화했던 사실과 관련해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유출 대국민 사과에 대해 대책 논의하려고 했던 것 아니었냐”는 질문에 “류상영이가 대국민 사과에 관여할 급이 됩니까”라고도 말했다.
불리한 내용에는 일체 증언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을 언제 알게 됐는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어떻게 연락한 건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얘기라 증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씨 측 변호인이 인천 세관장을 추천한 이유로 정유라씨 말과 관련한 도움을 받기 위한 것 아니었냐고 묻자 크게 격앙해 “말도 안 되는 소리. 여기서 왜 정유라가 나오냐”고 소리쳤다.
증인신문을 마치고 발언 기회를 얻은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두 차례 “현직 대통령”으로 지칭하며 “현직 대통령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현직 대통령이 사용하셨던 의상실에 폐쇄회로(CC)TV를 불법적으로 달아서 촬영해 언론사에 넘긴 건 불법적 행위”라며 “나중에 또 다른 국정농단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재판장이 고씨에게 철저하게 형벌을 가해달라”고 주장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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