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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빅데이터로 저평가주 찾아 펀드 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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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빅데이터로 저평가주 찾아 펀드 굴려요

입력
2015.05.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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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도메인, 새 분석기법 'PTR'

주식 총액을 특허가치로 나눠

기술력 대비 기업가치 평가

펀드 시험 운용… 새 핀테로 주목

“기업의 특허가치를 투자지표로 활용하면 어떨까?”

시작은 하나의 아이디어였다. 특허가치 산정 전문기업인 위즈도메인은 작년 상반기 세계 최초의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특허번호를 입력하고 엔터키 하나만 치면 특허가 얼마짜리인지 추산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회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 기술로 평가한 특허가치를 기업의 주가와 비교해본 것이다. 수 개월 동안 여러 기준을 적용해 본 결과 기업이 보유한 특허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일수록 주가 상승률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위즈도메인은 이 같은 내용을 들고 이달 초 한 증권사를 찾아갔고, 6개월 동안 이 기술을 적용해 펀드를 운용하기로 합의했다. 주가기술비율(PTR:Price Technology Ratio)를 적용한 투자라는 세계 최초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현대증권과 위즈도메인은 27일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핀테크 데모데이’에 참석해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음달 1일부터 6개월 동안 PTR을 적용한 펀드를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의 자금은 투자자들의 돈이 아닌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다. 회사 돈을 투자해 일종의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취지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수십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6개월 간 검증을 해본 후 향후 투자지표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TR은 주식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을 기업이 권리화한 기술인 특허가치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PTR이 낮은 기업은 기술력 대비 저평가됐고, PTR이 높은 기업은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6일 종가 기준 LG전자는 1.58배인 반면 삼성전자는 4.27배 수준이다. 기술력만을 놓고 보면 LG전자의 주가가 낮은 수준(저평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PTR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다. 기존의 투자지표로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주로 활용됐다. PER의 경우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단위당 이익에 대해 주가의 상대적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투자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2차 핀테크 데모데이 행사에서 윤경은(왼쪽) 현대증권 대표 이사와 김일수 위즈도메인 대표이사가 양해각서(MOU)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27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2차 핀테크 데모데이 행사에서 윤경은(왼쪽) 현대증권 대표 이사와 김일수 위즈도메인 대표이사가 양해각서(MOU)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PTR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위즈도메인이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IP빅데이터로봇’이란 신기술이 있었다. 이 로봇은 특허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개별 특허 가치를 산출한다. 15년간 전 세계 1억8,000만여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수집해 기술 평가에 대한 정확성을 높였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작년 말 기준 국내에서 특허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총액 기준으로 6조3,223억원에 달한다.

김일근 위즈도메인 대표는 “PTR을 기준으로 2010년부터 5년 간의 주가에 적용해본 결과 PTR이 2.5배 안팎의 기업이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다는 등의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왔다”며 “실제 투자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금융회사에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역시 이런 결과에 주목해 곧바로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 사업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데이터는 핀테크 사업 핵심이며 부가가치와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로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업체의 사업 범위가 빅데이터 활용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며 “국민들이 다양한 분야 핀테크 서비스를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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