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시민에게 '사진 아카이브'의 가치 알리고파"
알림

"서울시민에게 '사진 아카이브'의 가치 알리고파"

입력
2014.11.27 14:06
0 0

3년간 기억-인물-공간 3부작 완성

사진전 중심 전문가 강연 더해 서울의 역사성 포착하는 기회로

이경민 감독이 3년간 맡아온 서울사진축제 3부작 포스터 앞에 서 있다. 이 감독은 “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있어 사진자료가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못한 채 쌓이고만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경민 감독이 3년간 맡아온 서울사진축제 3부작 포스터 앞에 서 있다. 이 감독은 “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있어 사진자료가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못한 채 쌓이고만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양대 비엔날레를 포함한 대규모 미술행사들이 진통을 겪으며 담당 수장을 교체하고 있는 가운데 매해 열리는 서울사진축제를 3년째 맡아온 감독이 있다. 이경민 사진아카이브연구소 대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사진축제 감독을 맡아 기억(2012)-인물(2013)-공간(2014) 3부작을 완성했다. 그는 올해를 끝으로 감독 자리를 내놓는다. “2011년 임응식 선생 탄생 100주년 사진전부터 4년 연속으로 큰 전시를 맡았으니 이제 쉴 때가 됐죠. 쓰고 있는 근대 사진사 논문도 완성해야 하고요.”

과거에는 다른 작가들처럼 예술사진 작업을 했던 이경민 감독은 1998년 사진ㆍ영상의 해 기념 한국사진역사전 기획에 참여하면서 사진의 기록성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한국에는 지나치게 예술 제도 안에서만 사진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진의 본질적인 역할은 순간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는 사진은 모든 종류의 사건과 현상을 기록하는 매체다. 이 때문에 사진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진을 둘러싼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는 아카이브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2001년부터 근대사진을 모아 하나의 역사적 기록으로 엮는 작업을 해왔다. 서울사진축제 3부작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감독은 서울사진축제를 준비하면서 근대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서울의 역사성에 주목했다. 현대의 서울이 형성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에 사진을 통해 서울의 모습을 통시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의 지난 시간을 담은 개인의 사진과 정부기관의 기록사진이 모두 역사의 증거물로서 가치가 있다. “모든 사진은 당대의 역사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해 사진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된 과거를 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로 부족한 부분은 각계 전문가가 여는 시민강좌를 통해 채우고 있다. 역사학자와 사회학자, 건축가와 예술 전문가들이 ‘근대 서울’을 주제로 매주 토요일마다 강연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사진 아카이브 작업이 사진 중심의 기획전시는 물론 예술계 밖의 협동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사진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시는 거의 없고 사진 전문 기획자도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 감독은 사진 전시가 작가 중심에서 기획 중심으로 서서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사진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통시적 연구를 위해 좋은 매체”라며 다른 학문 분야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카이빙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금방 돌아오지 않는 작업이다. 이 감독은 “개인이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아카이브 작업을 하기는 벅찬 것이 사실”이라며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공기관을 신설하고 자료를 모아 연구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사진축제에 아카이브라는 특색을 불어넣은 이경민 감독이 떠난 후 서울사진축제는 어떻게 변할까. 이 감독은 “새 감독이 들어오면 그 분의 성향대로 전시가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1,000만명이 사는 거대도시에 (사진) 자료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그가 만든 서울사진축제의 흐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속내를 비쳤다. 이경민 감독의 마지막이 될 서울사진축제 ‘서울 視·공간의 탄생’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