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는 사계절 발정이 나고 새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에 새끼를 많이 낳는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를 ‘아깽이(아기 고양이를 부를 때 괭이를 강하게 발음한 깽이를 써서 부르는 용어) 대란이 벌어진다’고 표현할 정도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따르면 5,6월 보호소나 지자체로 들어오는 길고양이 관련 신고는 평소보다 6, 7배 늘어난다.
어미 없이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데려오면 어미와 새끼를 생이별하게 할 수도, 오히려 새끼 고양이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새끼 고양이 발견 시 대처 방법들을 알아봤다.
어미 고양이 있는지 확인부터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면 어미가 없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다. 어미 고양이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잠에서 깬 새끼가 우는 경우가 많다. 육안으로 봤을 때 새끼 고양이의 상태가 마르지 않았고 털도 깨끗하다면 어미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이때 새끼 고양이를 누군가 데려간다면 어미와 새끼는 생이별을 하는 셈이다. 더욱이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는 살아남을 확률도 낮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이 주변에 없을 경우,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어미 고양이는 최대 12시간까지 자리를 비운다. 돌아왔을 때 사람이 있으면 주변에 숨어 지켜보고 있을 수 있으니 새끼가 있는 자리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또 새끼 고양이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새끼 고양이의 체취가 달라지면 어미가 찾지 못할 수 있고, 거처가 노출되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어미가 허겁지겁 새끼를 옮기면서 도태되는 개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끼 고양이를 제일 잘 돌볼 수 있는 것은 어미이기 때문에 어미와 새끼고양이를 본다면 사람이 개입하는 것보다 모른 척이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또 어미가 새끼를 양육하면서 최소 2번 이상 거처를 옮기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그 자리에서 평생 살 거란 염려도 할 필요가 없다.
영양공급과 체온유지가 중요
어미가 없는 새끼 고양이를 구조했다면 먼저 동물병원에서 고양이용 초유나 분유, 젖병을 구입해 급여한다. 사람이 먹는 우유는 고양이가 소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절대 줘서는 안 된다. 새끼 고양이는 식사 후 30분 후쯤 배변을 유도해줘야 하는데, 거즈나 부드러운 붓을 따뜻한 물에 적셔 항문 주위를 문질러 주면 된다.
사람에겐 춥지 않은 날씨라도 새끼 고양이는 스스로 체온조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도를 조절해 줘야 한다. 따뜻한 물을 넣은 물병을 수건으로 감싼 후 그 위에 새끼 고양이를 놓거나, 보온용 팩, 전기방석 등을 이용해 고양이가 있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새끼 고양이가 지저분할지라도 목욕을 시키는 일은 매우 위험하니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주는 정도가 좋다.
지역별 커뮤니티와 고양이 거취 준비
현재 국내에는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호하는 공공기관이나 시설은 없다. 지역자치단체 보호소에서 길고양이를 데려간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길고양이는 유기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 대상이 아닐뿐더러 보호소에 들어간다 해도 대부분 폐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백 마리를 수용하는 보호소의 특성 상 24시간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새끼 고양이를 돌보기란 쉽지 않고, 새끼 고양이가 병에 걸릴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면 길고양이 구조와 보호활동을 하는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돌봐줄 사람을 찾고 임시보호나 입양 등 고양이의 거취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이어 “보다 근본적으로는 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지자체의 중성화 수술(TNR)사업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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